「꿈의 구연」대통령배 고교야구 명승부의 전통 올해도…(중)잊을 수 없는 역전극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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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형의 순은제(순은제)대통령배를 다투는 이 대회는 올해로 12회를 맞기까지 숱한 역전극의 명승부를 연출, 지금도 「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다.
이 대회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극이 연출됐던 때는 광주일고가 26년만에 호남야구의 고교정상을 다시 차지한 제9회대회(75년)때.
광주일고는 1회전에서 당시 우승후보로 부각되던 진성고와 대결, 9회초 밀어내기로 l점을 뺏겨 거의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어느 극작가도 연출할 수 없었던 역전극이 9회말에 기적적으로 일어났다.
2번 이기종이 사구로 나가자 3번 이현극이 「투런·호머」를 날려 3만여 관중을 환희와 통탄의 용광로속에 몰아 넣었던 것이다.
이현극의 일발의 감격은 지금도 서울운동장「그라운드」에 그 함성이 들리는 듯한데 보성고는 이 역전「홈런」충격 때문에 아직도 불운이 계속되고 있기까지 하다.
더구나 이현극이 「홈런」을 치기 전에 한 관중이 뛰어들어 이창호투수와 악수를 했는데 이 악수가 마를 불러왔다고 지금까지 뒷얘기로 남아있다.
제10회 대회에서도 극적인 역전극은 일어났다. 군산상은 마산상에 l-0으로 지고 있다가 9회말 1사후 대타 김동철의 안타에 이어 l번 김종윤이 원진연으로부터 「투런·호머」를 터뜨려 호남열풍의 역전극을 낳았다.
이 한방에 마산상 「나인」들은 「글러브」를 놓고 통곡했는데 결국 군산상이 첫우승을 차지, 1회전에서 「홈런」으로 역전하면 우승한다는 새로운 「징크스」를 낳게 했다. 지난해 첫우승의 역사장을 장식한 공주고는 준결승에서 신일고와 12회까지 3-3(끝내 신일고의 기권)의 극적인 한판승부를 버였고 이어 부산고와의 결승전서 4-3으로 이길때는 기관총의 대결이라는 평을 들었다. 즉 극적인「홈런」응수보다는 예리한 송곳으로 찌르는 짜릿짜릿한 대결이었다.
이같은 명승부는 4회대회 이전에도 허다했다.
제3회때 경북고는 준준결승에서 선린상7번 정장헌에게 통탄의 결승타를 맞아 3-2로 역전패, 3연패의 꿈이 무산됐고 선린상은 경북독주에 쐐기를 박고 처음으로 서울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보았다.
또 제8회대회때 군산상이 숭의실고와 3시간77분에 걸쳐 벌인「드라머」는 또 하나의 잊지 못할 명승부. 군산상은 9회2사까지 8-6으로 몰렸으나 3번 조종규의 「투런·호머」로 8-8 「타이」를 이루고 연장전에 들어가 12회초 조종규·김자근의 연속2루타로 9-8의 극적인 승리를 만들었다.
이런 명승부의 역전극이 올해에도 또 어떻게 연출될지 「팬」들은 발을 구르며 대회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허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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