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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국전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27회 봄국전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대통령상을 내지 못했다고 이번 봄국전은 77년 문공부의 국전개선 방침에 따라 제3부 서예와 제4부 공예·건축·사진만을 모은 후 두 번째가 된다. 순수 미술 분야인 회화·조각이 가을 국전으로 분리되면서 봄국전이 맥이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관심의 초점인 대통령상을 2년째 내지 못하자 국전의 위신 추락이라는 심각한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관전으로서의 국전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 개혁하지 않는 한 그 빛을 잃어가리라는 것은당연한 일이다.
더우기 최근 본사의 「중앙미술대전」을 비롯한 민전창설은 국전 개혁을 더욱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이번 봄국전의 총 출품작은 1천1백53점으로 지난해보다 1백여점이 줄었지만 1인1점을 내도록 했기 때문에(작년 1인3점) 실질상으로 응모자는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응모자가 늘었음에도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대통령상을 내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한 심사위원은 『전체적으로 작품 수준은 고른 것이었지만 눈에 뜨일 만한 대작이 없었다』고 했다. 전체 수준은 비교적 고르면서도 뛰어난 가작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전에 창조적 작가들의 출품하려는 열의가 줄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열의가 저하된 이유는 서예·건축·공예·사진이라는 4개의 이질적인 분야가 모여 1개의 최고상을 노려야 한다는데도 있고, 또 일반의 관심이 비교적 적은 부문만을 따로 모았기 때문에 작가들의 창작 의욕이 줄었으리라는 것도 추측할 수 없다. 실제로 작년 봄국전의 관람객은 하루 평균 2천명 미만으로 가을 국전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숫자였다. 내용이 빈약하고 질이 저하했던 것도 문젯점으로 지적됐었다.
현 시점에서 국전을 보다 권위 있게 효과적으로 이끌려면 현재 1년 2회의 국전을 다시 1회로 통합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관계 당국은 보다 많은 사람을 국전에 참여시키고 입상 기회를 넓혀 미술인의 창작의욕을 높이자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전 분리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은 앞에서 지적한 대로다.
국전을 다시 통합할 경우 부각되는 것은 전시장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올 봄 국전의 특선 및 수상작품을 포함한 입선작은 모두 2백76점, 가을 국전을 합친다면 5백점을 훨씬 웃도는 숫자로 현 국립미술관 시설로는 이를 모두 전시할 수 조차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는 첫째 작품 규격을 제한하고 입선작을 줄이는 방법, 둘째 공모작품과 초대·추천작품을 따로 전시하는 방법, 세째 서예·공예·건축·사진은 국전에서 분리시켜 각각 독립전을 갖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다. 제시한 방안이 모두 한 두 가지의 문제점은 내포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국전의 존폐여부까지 거론되고 있는 터이므로 관계 당국은 「개선을 위한 개선」이 아닌, 보다 합리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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