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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사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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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문명을 이끌어 가는 과학자-, 바로 그 「과학자」라는 명칭이 생긴 것은 겨우 1백년 남짓한 일이다.
1840년 영국「케임브리지」대학의 역사학자 「윌리엄·휴엘」은 「사이엔티스트」라는 신어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과학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용어가 꼭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과학자」라고 부르고 싶다』. 천문학자·사학자라는 용어는 그보다 무려 4백 수십년 앞서 만들어 졌었다. 화학자는 1500년대에, 생물학자는 1600년대, 지질학자는 1700년대에 그 명칭이 처음 생겼다. 물리학자는 과학자와 같은 연대의 조어이다.
인류가 과학의 특정분야 아닌 과학의 일반에 관심을 쏟기 시작 한 것은 불과 1세기 전의 일인 것이다.
오늘의 세계에는 그 과학도가 무려 6백 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이들 과학자에 대한 일반의 통념은 제2차 세계대전을 고비로 크게 바뀌었다. 그전까지의 과학자는 거의 모두가 상아탑 속에 숨어 이상한 보험이나 하고 있는 사람들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늘의 세대는 과학자의 위대한 힘에 찬사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여류 인류학자 「마거리트·미드」가 미국 고교생을 상대로 의견을 물은 일이 있었다. 『과학자는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고 수명을 연장하며 조국을 외적으로부터 막아준다』-. 과학자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이처럼 높다.
독일 「하이델배르그」 대학의 「게으르크·피히트」교수가 저술한 『이상향에의 용기』라는 책이 있다.
「피히트」 교수는 이 저서에서 현대 문명의 속도를 이렇게 비유했다. 20세기 후반에 있어서 1년의 속도는 그전의 천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류역사상 1천년 동안에 겪은 갖가지 변화들이 지금은 불과 1년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로 과학의 엄청난 힘에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오늘의 과학자는 옛날과는 달리 대학의 연구실에만 묻혀 있지는 않다. 「로키트」의 발사 현장에, 혹은 정부의 심의회에, 선진국의 경우는 의회의 공청회에 나타나 무엇인가 발언하고 또 행동한다. 그뿐인가. 기업의 중역회에서도, 때로는 판촉실에서도, 심지어는 시장에서도 그들과 만날 수 있다. 과학은 어느새 우리의 생활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류는 아직도 그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정복자나 강자에의 기대이기보다는 인류의 공존 공영에 대한 기대다.
21일은 「과학의 날」. 우리도 과학문명을 실감하며 살고있는 오늘에 새삼 과학자의 사명을 생각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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