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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30여명이 출판사를 자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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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출판 업계에 뛰어드는 문인들의 수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본사 조사에 따르면 현재 출판사를 등록 자영하고 있는 문인은 약 30명에 달하며 부정기적으로 대명 출판하는 문인들까지 합치면 50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숫자는 불과 3, 4년전과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75년말 현재 전체 문인 1천2백59명 가운데 출판에 종사(자영 혹은 피고용)하는 문인은 9.5%에 해당하는 1백19명이었으나 그 가운데 직접 경영하는 문인은 10명도 채 못되었었다(본사 조사). 특히 그 가운데는 『창작과 비평』(당시 발행인은 평론가 백낙청씨) 『문학 사상』(평론가 이어령씨의 백씨 이서령씨) 『수필 문학』(수필가 김승우씨) 『시문학』(시인 문덕수씨) 등 월간지를 발행하면서 부수적으로 단행본을 출판하는 문인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고 일반 출판물만을 내는 문인들의 출판사는 극히 미미했다.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문인의 출판사로는 시인 김규동씨의 「한일 출판사」, 시인 김계덕씨의 「계원출판사」, 수필가 윤형두씨의 「범우사」, 시인 김상옥씨의 「아자방」, 소설가 이규헌씨의 「신현실사」, 수필가 이경희씨의 「석암사」, 평론가 임중빈씨의 「인물 연구소」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최근 많은 문인들이 출판사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발행인으로서 직접 경영에 뛰어드는 현상을 보이는 것은 근년에 이르러 문학작품의 출판물이 전에 없이 많이 팔리고 있는데다가 『창작과 비평』(최근 평론가 염무웅씨가 인수) 「문학과 지성』(평론가 김병익씨) 등 문인 경영의 계간지들이 문학 단행본 출판으로 큰 성공을 거둔데 영향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말 설립된 시인 이우석씨(대표) 김종해씨(주간)의 「문학예술사」는 한수산씨의 『해빙기의 아침』을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았는가 하면 『작가 일기』 등 특이한 기획으로 문학 전문 출판사로서의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시인 오규원씨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문장사」를 설립. 「시인의 산문』 『평론가의 「에세이」』 등을 내놓아 호평을 얻고 있으며 「동화출판공사」로부터 월간 문학지 『한국 문학』을 인수한 시인 이근배씨도 본격적인 문학 단행본 출판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시인 임정남씨가 「새벽사」를 설립, 곧 첫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소설가 윤항묵씨도 출판사 등록을 준비중이다.
문인들의 이색적인 출판사로는 여럿이 합자하여 설립한 출판사의 경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설가 신석상 신상웅 오찬식씨의 3인 합자 출판사인 「방향사」와 박지열 유자효씨 등 신예시인 3명의 합자 출판사인 「모음사」가 그것.
「방향사」는 신석상 박계향씨의 창작집을 내놓았고 「모음사」는 첫 「작품」으로 유자효씨가 번역한 「이저도러·덩컨」의 자서전을 선보였다.
이 같은 합자 형태의 출판사가 등장하는 까닭은 문인이 출판사를 경영하는 경우 대개 출판물 편집 경험이 있고 동료 문인들에 대한 저자 섭외가 원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혼자 힘으로는 기본적인 자금 조달도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외에도 많은 문인들이 출판사 경영을 서두르고 있고 보면 조만간 문인 출판사가 크게「붐」을 이루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그래서 요즘 문단과 출판계에서는 『문학작품의 출판은 문인들에게 맡겨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나돌고 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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