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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스타 셰프 장 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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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조지 봉게리히텐(57). 프랑스 알자스의 석탄회사 집안 아들로 태어난 그가 세계적 셰프가 되기까진 세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16살 생일에 부모가 데리고 간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에서 미식의 세계를 처음 경험한 게 그의 인생 경로를 결정지었다. 20대에 누벨퀴진(1970년대 프랑스 고전 요리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요리) 대표주자인 루이 오티에르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5년간 아시아 각국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덕분에 퓨전 음식의 대가(大家)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 전환점은 42살 때인 1999년에 찾아왔다. 아내 마르자(38)를 만나면서 한식의 매력에 빠진 거다. 지난 19일엔 상하이에 한식 퓨전 레스토랑 치큐(CHI-Q, 김치의 ‘치’와 바비큐의 ‘큐’)를 열었다. 12일 라스베이거스 아리아 호텔 ‘장 조지 스테이크하우스’에서 그를 만났다.

장 조지 봉게리히텐(Jean Georges Vongerichten·57)

1957년 프랑스 알자스 스트라스부르 출생
1973~1976년 미슐랭 3스타 오베르주 드 릴(Auberge de L’ill) 수습 셰프
1976~1980년 미슐랭 3스타 오아시스(L’Oasis) 등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3곳에서 수습 셰프
1980~1982년 태국 방콕 오리엔탈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주방장
1982~1983년 싱가포르 메르디앙 호텔 주방장
1983~1985년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주방장
1985~1990년 미국 뉴욕 라파예트 드레이크 호텔 주방장
1991년 미국 뉴욕에 퓨전 레스토랑 조조(JOJO) 오픈
1997년 미국 뉴욕에 퓨전 파인다이닝 장 조지 오픈
2004년 한국계 입양아 출신 미국인 마르자와 결혼
2014년 중국 상하이 한식 퓨전 레스토랑 치큐 오픈
2014년 일본·바하마 등 전 세계 5개국에서 레스토랑 21개 운영.
미슐랭 스타 개수 총 3개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했나.

“좋아했다기보다 익숙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버지가 직원 50명을 거느린 석탄사업을 했는데, 할머니와 어머니가 직원을 위해 매일 점심을 만들었다. 마치 작은 레스토랑 같았다.”

-그래서 요리사가 된 건가.

“아니다. 16살 생일에 가족과 함께 한 외식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 내가 처음 수습셰프로 일하기도 한 오베르주 드 릴(Auberge de L’ill)이다. 그날 거기 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장 조지는 없었을지 모른다. 3시간 동안의 식사 내내 ‘황홀경’을 맛봤다. 40여 년 전이라 메뉴는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신세계를 경험했던 건 분명하다. 그리고 두 달 후 레스토랑에 다시 찾아갔다.”

-음식을 또 먹으러 간 건가.

“아니다. 일하기 위해서다. 부모님은 내가 엔지니어가 되서 가업을 잇길 바랐는데, 솔직히 공부를 못했다. 공부에 별 취미가 없는 내가 요리에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가 ‘일 시켜 달라’고 레스토랑 측에 부탁한 거다. 처음에는 그릇닦이부터 했다. 3일은 공부하고, 나머지 3일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후 7년 동안 프랑스 남부지방과 독일에 있는 레스토랑 4곳서 일했는데 모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었다.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배워야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미슐랭 스타 셰프가 됐다. 그렇게 스스로 최고가 된 건가.

“미슐랭 스타는 총 5개다.(※미슐랭 가이드 측은 2014년 현재 장 조지의 스타 수를 3개로 알려왔다.) 그때부터 쌓은 경험이 큰 재산이 됐다. 훌륭한 레스토랑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더라. 그래서 나도 신선한 제철재료를 이용한 요리에 힘을 쏟았다. 또 20대에 방콕·홍콩 등 아시아 여러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한 경험, 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을 여행하며 맛 본 음식의 장점을 요리에 반영한 것 등이 모두 지금의 장 조지를 만들었다.”

-마르자와는 어떻게 만났나.(※마르자는 주한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계 혼혈로, 19살 때 생모를 다시 만나면서 한식을 통한 뿌리 찾기를 하고 있다.)

미 PBS에서 2011년 방영한 ‘김치 연대기’ 한 장면. 왼쪽부터 아내 마르자와 영화배우 휴 잭맨, 장 조지.

“우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배우 지망생이었는데,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딸 클로에를 낳은 후 2004년 결혼했다. 우리는 2011년 한식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미 PBS의 다큐멘터리 ‘김치연대기’에 함께 출연했다.”

-상하이에 연 한식 레스토랑 치큐 반응은.

“메뉴를 공개하기도 전에 한 달치 예약이 끝났다. 한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한식을 맛본 후 한식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외국인도 많이 봤다. 입소문이 나고 있는 거다.”

-치큐는 김치를 이용한 요리 위주인가.

“아니다. 물론 김치찌개는 있지만 비빔밥이나 파전·잡채·불고기 등 다 있다. 또 퓨전 요리도 개발했다. 궁금하면 상하이로 와라. 대환영이다.”

-한식의 매력이 뭔가.

“다양하고 조화롭다. 한 가지 음식에서 여러 맛이 나고 씹는 맛도 다양하다. 예컨대 김치를 먹으면 맵고, 달고, 짜고, 쓰고, 신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또 배추 잎이나 줄기, 무채 중 어느 부분을 먹는지에 따라 혀에 감도는 질감과 씹히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중요한 건 이런 여러 맛과 질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거다.”

-김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처음엔 아내가 냉장고에 넣어둔 김치 냄새가 역해 놀랐다. 하지만 이제는 김치 없이 못 산다. 라스베이거스 장 조지 스테이크하우스에서도 몇 주 후에 사이드 메뉴로 김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상하이에는 이미 2개의 레스토랑을 냈는데 이번에 또 치큐를 냈다.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낼 계획은 없나.

“4~5년 전 제안이 들어왔는데 결국 무산됐다. 아직 적당한 기회가 없었지만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 자주 오나.

“일 년에 한 번은 꼭 간다. 강원도 속초에 사는 마르자 이모를 비롯해 전국에 흩어져 사는 친척 만나러 방방곡곡을 다닌다.”

-기억에 남는 한국 레스토랑이 있나.

“서울 인사동 두레다. 해물파전이 정말 맛있다.”

라스베이거스=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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