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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앙 미술 대전」에의 기대-민전이 지녀야 할 문제 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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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민전이란 정부 기관이 주관하는 관전에 대립되는 말인데 그 특성이랄까 역할·운영 등이 무엇인가 달라야 할 것인데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어떻습니까.
권=우선 생각나는 대로 그런 초대전·공모전 하면 「르·살롱」「살롱·도톤」「앙데팡당」 같은걸 생각할 수 있는데 이제 그것들은 출발 당초처럼 활발치 못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금 소박하게 생각하고 있는 민전이란 시대착오적인 것 같기도 해요.
그 동안 여러 곳의 심사를 해봤지만 번번이 똑같은 「멤버」에 똑같은 작품들이었읍니다.
김=우리나라엔 국전 하나밖에 없어 오랫동안 독주했고 그 병폐가 막심하니까 새로운 형태의 것이 있어야겠다는 일반의 기대와 사회적 요청에 의하여 민전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것이겠지요. 그 점 우리의 특수성이라 보면 일단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겠읍니까.
권=우리나라는 작가가 숫적으로 제한돼 있고 작가의 역량이란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갑자기 새로운 게 나올 가망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규정상의 문귀가 좀 다르더라도 실제 전람회 내용은 같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민전은 그 제도와 운영에 있어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김=관전의 한계가 드러났고 또 관전과 상호 견제하는 보완적 의미에서도 성격이 뚜렷한 민전을 개최하자는 것은 대찬성입니다. 그러나 주최측 입장에서 보면 성격을 너무 강조하면 자칫 일반 시민이나 애호가를 미술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권=근년에 들어 우리나라에도 미술품 「컬렉터」와 감상하는 층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하겠읍니다. 이들은 30대 전후의 교육받은 사람들이고 혹은 외국에서 많은걸 보고 왔기 때문에 작가로선 점점 그림 그리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하겠읍니다.
이젠 남의 눈치나 보고 또는 전람회에 맞춰 작품을 할 때가 아니라고 봐요.
민전에선 「새로운 형상성」이라고 하니까 거기 출품하는 사람들이 무언가 형체를 보여야 형상인 듯이 간판 같은 것, 아주 사실적인 것들을 우루루 내놓았읍니다. 「형상성」이란 말은 모호한 것인데도 어쨌든 주제 속에 묶어 놓으니까 바로 그것이 제약처럼 돼 오히려 혼돈을 빚어내는 것 같습니다.
김=그럼 독창성이란 무어냐, 그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작품을 선정하느냐는 깊이 연관되는데요.
권=최근 박수근 유작전을 보고 느낀 것인데 박수근·이중섭 같은 이가 한창 활동하던 1950년대에는 서구에서 한참 유행되었던 「누벨바그」나 「액션·페인팅」이니 하는 사조가 막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들은 곁눈질을 안했읍니다.
당시 우리 화단에서 박·이 양 화백에 대해 사람 좋다고는 말해도 작품을 논한 일이 거의 없었지요. 이제 뒤늦게 거론하고 평가하는 형편인데 그들이야말로 추사 이후 1백50년만에 손꼽을 만한 독창적 작가입니다.
독창적이란 바로 새로운 것이며 그게 「오리지낼리티」입니다. 관념적이거나 유행을 가리키는 게 아니지요.
김=우리 화단은 그 동안 서양 쪽에 「안테나」를 꽂고 거기에 얽매여 왔읍니다만, 우리의 정신과 사고와 생활에 기준을 두고 그런 작가를 찾아내 평가하는데 민전의 성격을 두어야겠다는 말이겠읍니다.
민전에서 반드시 어떤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우리가 찾아내 길러야 할 사람은 있으므로 자기 세계를 계속 추구하는 독창적인 작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권=「중앙 미술 대전」에서 초대 작가의 국전식 기득권을 인정치 않고 당년의 활동 여하에 따른 초대제를 채택한 것은 진일보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감한 방법을 더 생각해야 합니다. 서양화·동양화하는 것도 회화로 묶어져야 하고 또 체취가 짙은 작고 작가의 회고전을 곁들임으로써 현역 작가나 시민들에게 정말 남는 작가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도 매우 뜻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신문사에는 해외에 나가 있는 특파원이 여기저기 있으므로 외국 작가의 작품을 대여해 한방을 만든다면 종래 시도 안된 새로운 방법이 되리라 믿습니다.
나아가 국제적 「비엔날레」 라면 더욱 좋은 일인데, 민전은 해들 거듭함에 따라 그런 면에 눈을 돌리게 되리라 믿습니다.
김=민전은 진정 국전의 재판이 되지 않아야겠고 그 제도와 운영에 참신하고 과감한 방안이 모색되어야겠습니다. 그러려면 그것을 이끌어 갈 「코미티」가 엄정하게 설치돼 무엇이 바람직한 일이며 방향인가 심사숙고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현대 사회는 남이 무어라 할까 너무 의식하는 나머지 자기를 지켜 나가는 데 소홀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작가도 그러하고 민전도 자칫 그러기 십상입니다.
그러다 보면 공장화된 제품이나 확일화 된 방식을 유행시켜 도리어 나쁜 방향으로 유도할 우려가 없지 않으므로 「중앙 미술 대전」은 그런 기존의 결함을 잘라 내고 바로잡아 주기 바랍니다.

<차례>
①한국 미술 60년의 반성 ②무엇이 「한국적」인가 ③추상과 구상이라는 것 ④민전이 지녀야 할 문제 의식 ⑤내일을 위한 발굴·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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