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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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봄철은 식목「시즌」인 동시에 산불의 계절이기도 하다.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일어나 애써 심고 가꾼 나무들을 숯덩이로 만들고 있다. 올 들어서도 바로 식목일 하룻 동안에만 9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을 비롯, 전국에서는 모두 2백52건의 산불이 일어나 6백91정보의 피해를 냈다.
산불은 연간 발생율의 50%이상이 봄과 가을에 일어난다.
이 기간은 계절적으로 건조기인데다가 등산객 등 산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산불은 일반 화재와는 달리 자연발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극히 예의적인 것이고 대부분은 사람들의 부주의로 일어난다.
실제 당국이 분석한 산불의 원인을 보아도 등산객 및 입산자의 실화가 38%, 논두렁·밭두렁 태우기로 인한 것이19%, 어린이 불장난 12%로 전체의 64%가 부주의로 빚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산불은 오랫동안 애써 가꾼 임야를 순식간에 황무지로 만들고 값진 산림 자원을 회신화 시킬 뿐만 아니라 홍수와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
더우기 산불이 일어난 임야는 토양의 습기와 비옥도가 감소돼 다시 나무를 심어도 잘 자라지도 않는다.
이렇게 볼 때 산불은 병충해와 더불어 산림에 대한 가장 큰 적이 아닐 수 없다.
나무를 아무리 열심히 심어도 그 나무들을 일시에 산불로 태워 버려서야 어찌 울창한 산림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당국은 산불의 방지를 위해 입산을 강력히 억제하고 실화자에 대해서는 구속을 원칙으로 엄중한 처벌을 실시할 방침이라 한다.
그러나 망국의 이러한 여러가지 대책보다도 국민 모두가 애림 사상을 갖고 산불예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산에서 나무로 밥을 짓거나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몰지각한 행위를 하지 않는 일이야말로 산을 찾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양식임을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산불이 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진화 체제의 정비도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의 산불 진화 방법은 아직도 원시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과 예비군 등이 동원되어도 장비가 없어 쇠스랑이나 낫을 들고 인근 민가에 접근하는 불을 막는 게 고작이다.
산불 발생의 보고 체제도 갖춰지지 않아 현지 면 출장소나 경찰의 보고로 소방관이 출동할 때는 이미 불을 끄기 어려울 정도로 넓게 번진 뒤가 일쑤다. 외국의 경우 항구의 등대와 마찬가지로 주요 산림 자원이 있는 곳에는 감시탑을 세워 감시원을 고정 배치하고 무전 시설을 갖춘 기동 순찰대를 두어 산불이 발생하면 즉시 연락되어 「헬리콥터」로 장비·인원을 투하,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업화의 추진에 따라 목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임업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나무를 심는 것 못지 않게 심어 놓은 산림 자원의 보호를 위해 산화 방지 체제의 확립, 진화 장비의 확보 등에 보다 큰 노력과 성의를 기울여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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