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미 대표작가 볼라뇨 『2666』 포함 소설 17권 한국어 전집으로 만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로베르토 볼라뇨(1953~2003)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현대작가 로베르토 볼라뇨(1953~2003)의 모든 소설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됐다.

 열린책들이 볼라뇨의 소설 12종 17권을 완역해 컬렉션 형태로 묶은 ‘로베르토 볼라뇨 컬렉션’을 출간했다.

『아메리카의 나치문학』(을유문화사)을 제외한 볼랴노의 소설들을 망라한 이 컬렉션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문학상’인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한 『야만스러운 탐정들』부터 볼라뇨의 마지막 작품인 『2666』 등이 한데 묶였다. 볼라뇨의 첫 장편인 『아이스링크』와 그의 두 번째 단편집인 『살인 창녀들』도 완역돼 컬렉션에 포함됐다. 한정판 세트인 이 컬렉션은 특별 제작한 목제 책장에 담겨 판매된다.

 칠레에서 태어나 자란 뒤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낸 그는 1993년 데뷔한 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스페인어권의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백년의 고독』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 작가 반열에 올랐다.

군사 독재정권에 의해 정치적 망명 상황에 내몰리며 쇠약해진 그는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수술도 미뤄가며 집필에 몰두하다 필생의 역작 『2666』을 남기고 2003년 5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악의 문제를 천착하는 볼라뇨의 작품은 15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실존과 허구를 뒤섞거나 사건의 결말을 감추고, 작품과 작품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스핀오프의 전략을 구사하는 등 독특한 문학실험을 선보인 그의 작품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번치며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아 ‘볼라뇨 전염병’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문학과 문학가에 관한 이야기와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통렬한 성찰 등이 깊이 있는 사고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해 웃음을 자아낸다.

 볼라뇨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쿠바 출신의 화가 알베르토 아후벨(58)이 이번 컬렉션의 표지화 제작에 참여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소설을 완벽히 이미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아후벨의 표지화는 다음달 15일까지 경기 파주시 미메시스아트뮤지엄에서 열리는 ‘BOOK+IMAGE 알베르토 아후벨 그림전’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컬렉션의 완간과 함께 작가와 볼라뇨 팬이 쓴 비평과 오마주 작품·에세이 등을 담은 문집 성격의 단행본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도 함께 출간됐다. 소설가 장정일 등의 글도 함께 수록된 이 책의 가격은 볼라뇨의 대표작인 『2666』을 떠올릴 수 있도록 2666원으로 정해졌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