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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팅금 받고 잠적 … 월드컵 한탕 노린 도박 사이트 조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불법 스포츠 도박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국내에서 1만 명을 대상으로 200억원대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대구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20일 프로축구 2부리그 부천 FC 선수 5명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 베팅한 사실이 적발돼 6개월 자격 정지 제재를 받았다.

 ‘스포츠토토’는 스포츠 경기 전 미리 승패나 점수를 예상해 돈을 거는 게임이다. 국내의 경우 한 사람의 베팅액은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되고, 청소년은 구매할 수 없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만이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반면 불법 스포츠 도박은 베팅 상한액과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아 사행성과 중독성이 강하다. 지난해 11월 유명 연예인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억대 금액을 베팅한 게 적발됐다. 기자가 수소문 끝에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봤다.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은행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고 성인 인증 절차가 없어 청소년도 접근이 가능했다. 회원이 운영자 통장에 돈을 입금하면 경기 후 배당액을 지급받는 방식이었다.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수백 개로 추정되고, 지난해 매출 규모는 7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자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가짜 명의 ‘대포통장’을 사용한다. 배당금을 떼먹고 사이트 폐쇄 후 잠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월드컵 열기에 편승한 불법 스포츠 도박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도박 참가자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의 철퇴를 맞는다.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는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토고전에 약 33만 명,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에 약 30만 명이 참여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약 5000원으로 집계됐다. 일확천금을 노린 도박이 아니라 재미와 행운을 담은 ‘놀이문화’로 스포츠토토가 자리매김했음을 보여 준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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