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즈<한국형 국가들>』를 경계하라"-유럽각국의 자위론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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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 3년전부터 서구신문들은 한국경제발전상을 기회있을 때마다 소개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와 같은 홍보가 한국상품의 주된 시장인 서구 여러나라의 경계심을 필요이상 자극해서 이들 나라의 대한보호주의를 강화시키는 역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경제실무자들은 우려하기 시작했다. 최근 런던·타임스지는 3회에 걸쳐 한국관계 특집을 실었다.
내용은 경계에 가득 찼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첫회가 『신참자, 서유럽시장의 큰 몫을 삼키려고 달려들다― 인더스트리얼·파워·게임에 위협』이고 2회가 『한국에서는 월 55파운드(약5만6백원)받는 노동자들이 6초안에 텔리비전 1대씩 만든다. 잠에서 깨어나는 공업거인』, 3회가 『한국, 91년까지 자동차 1백만대 수출 예상― 일본을 능가』로 되어있다.
그러한 제목아래 타임스지는 한국에서 만난 큰 상사의 간부 및 한국의 유수한 경제자문기관소속 전문가들의 지극히 낙관적인 90년대 전망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예컨대 91년의 수출목표 1천1백억달러. 앞으로 10년간 경제성장률 8∼10%, 수출증가는 연 16%, 90년대 강철생산량은 영국의 현재 생산량의 2배가 넘는 3천만t 등 영국인으로 보면 지극히 위협적인 통계숫자가 나열돼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급속한 수출신장으로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서구인들에 1∼2년도 아닌 10∼13년 앞의 불확실한 목표를 외국기자들에게 자료로 제공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이득이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외환궁핍으로 기채가 어려웠던 70년대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러한 홍보방법이 한국을 제2의 일본으로 부각시켜 일본에 쏠리고 있는 보호주의 경향을 한국이 자초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국의 신문들은 『일본의 수출은 실업을 수출하는 것』이라는 한 영국 실업인의 말을 최근 인용하고 있다.
또 이코너미스트지는 개발도상국가중 급성장을 해서 유럽시장에 대거 진출하는 나라들을 통칭하는 보통명사로 한국을 『더·코리아즈』(한국형 국가들)라고 지칭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한국의 수출확대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한국의 홍보정책을 재조정해야할 단계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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