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산아제한 안해 골치 앓는 서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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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본=이근양 특파원】서독만큼 외국인 노동자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나라도 드물다.
서독인 실업자마저 급증하고 있는 터에 외국인 노동자가 줄지 않고 더구나 국내의 외국인 출산율이 엄청나게 높아 최근엔 이들을 사회적 시한폭탄으로 규정짓는 실정이다.
라인강의 경제기적이 한창인 60년대 초반부터 일자리를 찾아 정착한 외국인들은 현재 4백만명을 헤아리며 출산아들도 연간 13만명이 넘는 엄청난 숫자.
1백20만의 서독인 실업자가 있고 자신들의 신생아가 연간 50만명에 불과한 처지인 만큼 외국인을 시한폭탄으로 보는 이유가 쉽게 이해된다.
이들 외국인의 국적을 살피면 터키·유고·스페인 등이 주축이며 청소원·식당종업원 같은 서독인의 기피직종이 이들의 취업 영역.
이들은 특히 몇몇 대도시에 밀집되어있어 베를린의 경우 외국인 출산율이 전체의 57%를 차지하며 베를린·크로이츠베르크·프랑크푸르트·오펜바하 등도 40%를 상회, 인구구조상 현지인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여하간 이들은 훌륭한 납세자이며 소비자로서 서독 경제에 기여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시한폭탄으로 괄시받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안정된 외국인도 많지만 체류 및 노동허가를 얻지 못해 노동암시장에 뛰어들어 그나마 저임금에다 사회보장의 혜택마저 받지 못하는 날품팔이도 수두룩-.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2세들이다.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이들 외국어린이들은 불과 30%만이 중등교육을 받고있어 앞으로 언어상의 장벽과 함께 현지적응이 극히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독의 사회학자들은 앞으로 3∼4년 후의 청소년범죄가 현재의 2배에 이를 것이라면서 『전적인 책임이 외국인에 있다』고 공언-.
여하간 서독의 4백만 외국인을 포함하여 1천3백만 유럽의 외국인은 묘한 입장. 그대로 버티자니 현지인의 시선이 따갑고 집어치우자니 갈곳이 없다.
한마디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유럽의 노동정책이 이들 현대판 집시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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