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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에서 창조한 지식을 사회현장에 이용할 장치 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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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과학 전 분야에서 40여명의 학자들이 모여 한국사회과학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발전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했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회장 고병익)와 유네스코 한위(사무총장 김규택)가 17∼19일 충남유성에서 마련한 이 모임은 한국사회라는 토양위에서 사회과학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가 라는 사회과학정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가졌다.
사회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학문으로서 사회과학의 발전문제는 사회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가 논의의 배경이 됐다. 한국사회의 모순점이나 문제를 바로 보고 비판하는 분위기 속에서만 사회과학은 발전할 수 있고 또 국가에 진정한 봉사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까지 현실참여를 통한 사회과학의 봉사활동은 기여도 많았지만 역기능도 많았다는 것은 사회과학 전체가 반성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차기벽 교수(성대·정치학)의 말처럼 참여 아닌 동원이 많았기 때문에 사회과학이 불신받기까지 하고있다는 것이다.
신세호 박사(교육개발원)는 지금까지 학자들의 관료의 결론이 내려진 주문에 응해온 몇몇 사례들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보았다. 어떻든 사회와 학자의 역할관계정립은 상호발전에 기여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는 것.
사회변화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짐으로써 사회과학의 과제도 분화되면서 정밀화한다. 그러면서도 통합된 사회전체의 비전의 필요성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커져간다. 따라서 김승한씨(중앙일보 주필)는 사회과학자들의 연구도 그렇게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학자들이 창조한 지식이 사회현장에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개발이 요청된다고 했다.
국가·사회의 사회과학에 대한 지원문제에 대해 박동서 교수(서울대·행정학)는 정부가 학문활동지원을 위한 기금을 만들고 대기업이 합동으로 재단을 만들어줄 것을 제안했다. 회계연도 때문에 1년 단위로 연구비를 지급하는 문교부의 지원금은 연구의 부실화와 그것도 받게된다는 보장을 못받기 때문에 계획성 없는 연구를 조장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도경제성장에 따라 사회과학에서 학문인구의 확보는 점점 심각해져간다고 우려한 이해영 교수(서울대·사회학)는 학자양성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점점 높아지는 경제적 대우를 뿌리치기는 어렵지만 생활을 유지할 만큼의 국가적 지원을 조교들에게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저서의 시장이 없기 때문에 학자들의 저술이 대부분 교과서로 끝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실도 바로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적으로 전문서 출판에 대한 경비보조책이 강구돼야한다는데 모두 뜻을 같이했다.
질적으로 우수한 많은 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국가·사회의 지원이 있고 학자들이 사회의 문제를 바로 파악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때 진정한 공헌도 참다운 학문발전도 할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처방이 참석자들에 의해 재확인된 셈이다. 이 모임의 결과를 유네스코 한위는 「한국사회과학정책」으로 출판, 유네스코 본부에서 이를 세계에 배포하게 된다.
점점 그 필요성이 절실해져 가는 사회과학간의 학원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각 학회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회관을 짓기로 합의했다.
우선 유네스코 한위가 건립비의 일부로 1천만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함으로써 이날 모임에서 나온 사회과학의 공동기반마련과 발전을 위한 구체적 발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유성=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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