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가강세 속의 상향성 경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기지표는 다소 고개를 드는 대신 물가가 매우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최근 경제동향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경기지표 중 과열을 나타내고 있는 부문은 통화·어음교환 등이고 설비투자 부문은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지표 상승을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가 주저된다.
수출신용장의 내도가 많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국제무역환경의 경화나 국내물가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금년 연초의 경제적 당면과제는 작년부터의 이월문제들을 충격 없이 소화 흡수하는데 있을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물가만 하더라도 10% 안정선을 지키기 위하여 작년 말까지 억지로 눌러놨던 것이 금년 들어 분류처럼 터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불과 두 달 동안에 소비자물가가 5%, 도매물가가 4.1%나 올랐다는 것은 결코 심상한 사태가 아니다.
단기적인 물가안정목표를 지키기 위한 무리한 행정규제 등이 실질적인 물가안정엔 하등의 도움이 못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다행히 3월 들어 물가상승세가 둔화됐다고 하나 통화팽창 등을 고려할 때 과연 안정세가 정착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월말 통화는 연율 41·4%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10%의 실질성장을 목표하면서 통화를 40%이상 팽창시킨다는 것은 인플레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나 별 다름이 없다.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에 가세하여 재정부문에서도 돈을 늘렸다. 이미 재정부문에서 3천억원의 적자가 났고 앞으로 양특적자 때문에 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국에서도 물가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물량공급 확대, 공공요금 억제, 가격규제 강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물가를 잡기엔 너무 미흡한 것 같다.
외향성 고도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기조를 그대로 둔 채 시책보완만으로 인플레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예를 들어 정부미 가격동결은 우선은 물가억제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가격동결로 인한 양특적자의 확대는 통화를 늘려 결과적으로 물가상승을 자극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없는 공공요금 동결 등도 마찬가지다. 작년부터 심각해진 국제수지·물가·성장간의 부조화가 금년 초의 인플레를 결과했고 이 패턴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연초이래 2달 동안 물가가 5%나 올랐는데도 재정·금융·외환정책에 별 변모를 찾아볼 수 없다.
물가가 별 심각하지 않을 때의 정책관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원유가격을 비롯 국제원자재 값이 비교적 안정된 여건에서 국내물가가 이토록 오른다는 것은 정책대응 및 정책간 조화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제수지개선이나 지속성장도 장기적으론 안경기조의 바탕 없인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좀더 국민적 콘센서스를 높여야겠다. 2월중의 경제지표가 나타내는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대응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