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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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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몇해전 「투골환」이라는 마치 염소똥처럼 생긴 까만알약이 신경통에는 그저 그만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중공산이라는 말도 있고, 꼭 사다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받았것다, 「홍콩」을 지나는 한국인 여행자는 오래 귀한 영약이라는 이알약을 한두봉지씩 사갔다. 그러나 아무도 이 알약의 성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전문가들의 얘기로는 순간자극제일뿐 목숨을 앗아가는 비소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홍콩」 바닥에서 판매금지됐다.
요즘은 온통 우황청심구난리다. 예로부터 소문난 우황청심환이고보면 한두알 선물받으면 감지덕지다. 그래서 「홍콩」의 약종상가에는 『우황청심환은 한국으로』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해열·소염효과가 있다는 우황청심환이 언제부터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했는지 몰라도, 고혈압이나 협심증 환자는「북경」이라는 금박귤씨가 찍힌 알약을 마치 생명의 약으로 여긴다.
「홍콩」에 나돌고 있는 우황청심환은 모두 중공산으로 행세한다. 뒷골목의 밀매조직에서 만든 가짜에도 「북경」이나 「남경」 혹은 「천진」이라는 금박이 찍힌다. 가짜냐 진짜냐 그 식별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가 돼야 환을 싼 초의 촉감으로 분별할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믿을 수 없고 더구나 무슨 무슨가루로 만들어졌는지, 함량이 어떤지는 캄캄하다.
우황첨심환의 공급처는 중공계 백화점. 매월 1천알들이 상자로 2천상자에서 많게는 4천 상자까지 입하 된다는 것이다.
약종상가의 얘기로는 그중 80%는 한국인에게 팔린다는 것. 연간에 자그마치 「홍콩·달러」로 따져 약 1백만「달러」(한화약1억5백만원)어치. 수요가 가격을 인상시켜 75년께에 10개들이 한갑에 32 「홍콩·달러」(약3천2백원)하던 것이 지금은 50「홍콩·달러」(약5천원)로 뛰었다.
「홍콩」의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은 우황청심환을 대단찮게 여긴다.
가짜를 만드는 솜씨는 단연 「홍콩」이 으뜸이다. 「홍콩」제라면 사족을 못쓰는사람도 많지만 「롤렉스」팔목시계·「카메라」·「크리스티앙·디오르」같은 유명「메이커」의 옷가지·화장품등등 「홍콩」에서 만들어지는 가짜는 진짜를 뺨칠정도다.
「홍콩」의 한국인상점 D상회에서 팔고있는 「롤렉스」시계는 가짜라고 봐도 별탈이 없다. 고물「롤렉스」가 신품으로 둔갑하기도한다. 아예 처음부터 가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특히 「다이어먼드」가 박힌 고급「롤렉스」시계는 1백% 가짜. 「스위스」의 「롤렉스」·본포에서는 「홍콩」 내의 가짜공장 적발에 현상금을 걸고 있다. 한국에 많이 들어가있는 「롤렉스」 시계는 남자용이「1601」번이었다가 신형으로 「1601∼4」번이 나왔으며 여자용으로는 「6917」번, 그러나 그나마 품절상태로 요사이는 더욱 가짜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
고급품의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칼체」시계는 진짜라면 최소 1천4백「달러」(70만원)를 줘야하나 「홍콩」제 가짜는 2백「달러」 (10만원)면 살수있다.
서독제 고급「카메라」「하셀브라트」도 가짜가 나돌고있다. 「크리스티앙·디오르」상표의 옷가지나 「넥타이」는 일단 가짜라고 생각하는것이 속편하다. 원단과 「라벨」등 「홍콩」에서 생산되고 진짜의「디자인」을 흉내내 양산되고있다.
「홍콩」에서 웅담(웅담)이나 사향(사향)을 샀다면 그것은 그저 유사한 물건을 산 것으로보면 거의 틀림없다. 웅담과 사향은 녹용과 더불어 한국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인기품목이기도하다.
사향은 「티베트」 특산물. 「홍콩」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사향은 분말로 kg단위로 거래된다. 그것이 사향노루의 배꼽가루인지 염소의 배꼽가루인지는 아무도 장담못한다.
어느 전문가는 전분가루를 먹는다고 보면 빗나간결론이 아니라고 했다.
곰의 쓸개라는 웅담 역시 60%는 다른 동물의 쓸개라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향을 거래할때 진짜 몇%라고 하는데서 가격이 결정된다면서 「홍콩」에서 진품 웅담과 사향을 구한다는것은 거의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콩」사회에선 서울서 녹용이 거래되는 곳은 「골프」장이라는 얘기가 퍼쳐있다. 최상급의 정력제라는 평판때문에 한국인은 녹용을 찾는다.
그러나 이것 역시 진짜가 얼마만큼 「홍콩」바닥에서 나돌고 있을까. 찾는사람은 『진짜가 있느냐』고 물어보고 파는측도 『우리집에는 진짜만 있다』고 강조하는 곳이 「홍콩」이다.
「홍콩」에는 녹용을 가공하는 공장이 여러군데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슴피가 뚝뚝 흐를듯한 말랑말랑한 것일수록 상품으로 쳐주기때문에 공장에서는 유해색소까지 넣어 가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연간 수입되는 각국산 녹용은 약 15t. 이중 「홍콩」인의 복용으로 소비되는 것은 불과 2t, 나머지는 한국으로 밀수되거나 한국인에의해 처분된다는 얘기다.
「홍콩」에서 흘러넘치는 가짜들,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는 가짜산업은 결국 팔리기 때문에 번성하는 것인데 「홍콩」의 가짜산업의 상당량이 한국인 덕택이라면 잘못일까.
【홍콩=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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