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기민당수 피살…이 정국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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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로마16일=정신규통신원】이탈리아 도시게릴라 『붉은 여단』소속의 12인조 무장괴한이 16일 상오9시10분(한국시간 하오 5시10분)께 로마 중심가에서 의회에 등원하던 이탈리아 집권 기민당수이자 차기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알도·모로 전 수상(61)을 기습, 기관단총을 난사, 5명의 경호원을 살해하면서 납치한 후 현재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시에서 진행중인 「붉은 여단」지도자를 포함한 15명의 동료죄수들에 대한 재판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으로 정국안정을 회복하려던 이탈리아는 수년만에 최악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경찰은 소련제 기관단총, 체코제 권총, 최소한 3대의 승용차 및 일본제 오토바이 등을 갖춘 1명의 여자도 포함된 12인조 도시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게릴라들은 모로씨를 납치한지 약 l시간 후 경찰과 이탈리아의 ANSA통신사에 전화메시지를 보내 그들의 목표가 『국가의 심장부를 강타』하는데 있으며 토리노에서 진행되고 있는 붉은 여단 지도자 레나토·쿠르치오를 비롯한 15명의 동료에 대한 재판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만일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또 다른 정계요인을 납치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경찰은 사고직후 헬리콥터까지 동원하여 로마시내를 봉쇄하는 한편 게릴라들의 거점인 북부의 토리노, 밀라노 및 그 밖의 주요도시에도 삼엄한 수사망을 펴고 범인들을 쫓고 있다.
모로씨 피납에 충격을 받은 이탈리아 전국은 분노와 공포에 휩싸여 하루를 보냈다.
삽시간에 조직된 군중궐기대회는 전국적으로 4백만의 인파를 동원했고 상가와 모든 사무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한편 17일로 계획된 일부노조의 파업은 그 일정이 취소됐다. 주요 주가들이 폭락하는가 하면 공산·사회·기민당원들이 대규모 항의시위 및 집회를 개최하는 등 이탈리아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조반니·레오네 대통령과 줄리오·안드레오티 수상은 이탈리아국가의 중대한 도전에 직면, 침착을 유지하라고 전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마침 이 유혈납치사고는 안드레오티 수상의 신내각의 출범과 때를 같이하여 발생했는데 안드레오티 수상은 비상각의를 소집,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하원은 예정을 4일 앞당겨 이탈리아사상 31년만에 처음으로 공산당의 지원아래 출범한 안드레오티 수상 정부에 대한 신임을 결의했다.
상원도 17일 상오 안드레오티 수상 정부에 대한 신임을 의결할 예정이다.
【로마16일AFP동양】이탈리아 정치관측통들을 16일 알도·모로 전 이탈리아 수상 피납사건은 현 이탈리아 양대 정당인 기민당과 공산당간의 순조로운 정치협력에 반대하는 극렬분자들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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