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잡는 '킬러 해독제' ALDH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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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에게 드리는 질문 하나. 술을 마시면 우리 몸 속에 반드시 생기는 물질은? 정답은 ‘아세트알데히드’. 그렇다면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 정도는?

이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른다. 고작 두통이나 피로감·구역질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세트알데히드는 환경 독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버금가는 독성 물질이다. 이 성분은 술을 마신 뒤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각종 질환과 세포 손상을 유발한다.

다행히 우리 몸은 이를 방어하기 위한 물질을 생성한다. 바로 ‘ALDH(Aldehyde dehydrogenases ·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다.

소주 3잔 감당할 분량만 인체서 분비

아세트알데히드는 비교적 생소한 물질이다. ‘숙취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숙취에 그치지 않는다. 독성이 에탄올의 약 30배에 달한다. DNA를 손상시켜 돌연변이를 유발하기도 한다. 아세트알데히드를 흡입할 경우 종양이 커진다는 사실은 동물 실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그 유해성을 인정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7년 아세트알데히드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인체에 대한 발암성이 충분히 입증됐고, 근거도 확실하다는 것이다. 2009년 IARC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알코올 소비와 관련이 깊다고 경고했다. 이뿐 아니라 아토피·성인병·노화·치매 등을 유발하거나 가속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강보승(응급의학과) 교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발암물질일 뿐만 아니라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라며 “술을 먹는 것은 독을 마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간은 인체에 독소가 들어오면 해독하는 시스템을 작동한다. 우선 알코올분해효소(ADH)를 분비해 알코올을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생긴다. 그러면 간에서는 또 이를 분해하기 위해 ALDH를 분비한다. ALDH는 아세트알데히드의 유일한 해독제다.

ALDH 함유 숙취해소제 임상시험 예정

ALDH는 다른 독성물질 분해에도 관여한다.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해 담배연기·배기가스·잔류농약·미세먼지에 포함돼 있는 발암물질인 아크롤레인 등 알데히드 계열 독성 물질 등이다. ALDH를 대표적인 체내 디톡스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인체에서 분비되는 ALDH의 양은 많지 않다. 사람의 간에는 소주 2~3잔의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대사시킬 정도의 ALDH만 있다. 과음한 다음날 숙취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 그 증거다. 게다가 동양인은 ALDH가 비활성화하는 유전자 변형이 서양인에 비해 많다. ALDH가 잘 작동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선 술을 끊거나 줄이는 것이 최상이다. 사람마다 ALDH의 양이 한정적이고, 기능에 한계가 있어서다. 더구나 ALDH는 체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물질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ALDH를 직접 섭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열대우림 맹그로브 숲 토양에서 추출된 미생물이 생합성 과정에서 ALDH를 직접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추출한 제품도 선보였다. ADH와 ALDH를 함유한 숙취해소제 ‘키스립’이다. 이 숙취해소제는 현재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체험행사에 참여한 50명에게 음주 시작 2시간 후, 음주 다음 날 숙취 해소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음주 후 2시간에 이뤄진 조사에서 42명이 ‘평소와 달리 술이 덜 취한다’고 응답했다. 또 10명(복수응답)은 ‘술 마신 뒤 이상 증상이 없거나 눈에 띄게 줄었다’고 답했다. 다음 날 숙취에 대한 전화 설문에서는 ‘숙취가 평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응답이 32명, ‘숙취가 아예 없다’는 응답도 14명에 달했다. 경희대 약대 정세영 교수는 “임상시험은 주량이 같은 동일 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정확하다”며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ALDH가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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