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폭락과 한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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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달러」위기가 재연됨으로써 그것이 국제통화체제와 무역질서에 어떠한 상처를 줄 것인지가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재연은 동시에「달러」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의 대외거래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우리로서는 지금 일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예의 대비해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이번「달러」위기가 각국 환율체계를 교란함으로써 세계의 무역질서를 더욱 교란시킬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수출「드라이브」정책에 대한「달러」위기의 영향이 국내경제에 파급케 할 심도와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연초부터 신용장 내도 상황이 신통치 않으며, 각국의 수입제한조치에 걸리는 품목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올 여름부터는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이 일고 있는 실정이라, 이러한 우려는 이번의「달러」위기로 더욱 현실화된 문제로 다뤄질 수밖에 없음을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의 대일 무역 역조 폭이 수입자유와 경향에 따라서 다시 크게 벌어지고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달러」가치의 계속적인 폭락은 우리의 평균수입원가를 높인다. 때문에 대일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국내산업의 대외 경쟁력도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일 무역 역조를 겨우 기타지역. 흑자로 메우고 있는 우리의 무역구조로 보아「달러」 가치하락은 결국 우리의 대일 적자확대, 기타 지역 흑자의 축소라는 이중부담을 가져올 공산이 짙다.
한편 「달러」가치의 하락과「엔」·「마르크」가치의 상승은 우리의 외환보유고 가치를 자동적으로 잠식한다.「달러」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보유외환은 지난 14개월간의 대「마르크」가치 하락 폭을 15%로 계산한다면 약7억「달러」수준의 가치상실을 상대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셈이며, 일본의「엔」화 가치상승율로 보아도 그런 정도의 가치상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보유외환가치가 하락하는 한편으로, 달러 기준으로 얻어 온 대외부채의 상환부담은 변동하지 않는다. 오히려「엔」·「마르크」표시 차관의 원리금 상환부담은「달러」가치하락에 따라서 계속 늘어나게 됨으로써 차관 선에 따라서는 국내기업의 자금부담, 대외경쟁력, 기업채산성 등에도 커다란 압박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물가의 상승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국내사정과「달러」위기가 몰고 올 압박은 상쇄작용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상승작용을 할 개연성이 더 높은 것이며, 때문에 국내정책의 기본을 시급히 재조정해야 할 국면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정책당국은 신속히 검토해야 한다.
만일 산유국이「달러」가치 하락을 보상키 위해서 원유가격을 대폭 인상하게 된다면, 우리는 74년의 파동과 정체현상을 다시 경험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므로 사태가 노출되고 나서 정책을 조정하는 것보다는 미리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요컨대 이번의「달러」위기가 수출「드라이브」정책에「브레이크」를 거는 새로운 계기로 발전되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우리의 성장정책이나 물가안정 대책은 스스로 방향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달러」위기로 말미암은 원유가격의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그 인상시점이 예상 밖으로 당겨진다면 우리는 74년 도보다 가볍지 않은 정체와 격심한「인플레」를 감수해야 할 것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성장률을 낮춤으로써 가중되고 있는 물가압력을 지금부터 완화시키는 국내적인 조치를 서둘러 고려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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