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건강랭킹 1위 … 과천은 흡연율 전국 최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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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10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건강수준은 전국에서 어느 정도일까. 전국 230개 시·군·구(세종특별시 포함)의 ‘건강지도’를 그려봤다. 이는 2012년 기준으로 한 암·당뇨병 환자 수,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 등 25개 지표를 이용해 평가한 결과다.

전국 230개 시·군·구 건강지도 그려봤더니

전국 230개 시·군·구 중 전반적인 건강수준이 가장 우수한 곳은 서울 강남구였다. 2011년 자료를 기준으로 한 지난해 조사에서 1위였던 울산 남구와 2위였던 전북 전주시 는 한 계단씩 하락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는 병원·의료컨설팅회사 엘리오앤컴퍼니(ELIO)가 기대수명 등 25개 평가지표(2012년 자료)를 기준으로 ‘건강순위’를 매긴 결과다. 이 회사는 4년 연속 같은 지표로 전국 시·도와 시·군·구의 건강순위를 매기고 있다. 세종특별시는 광역자치단체이지만 산하 기초 자치단체가 없고 광역 지자체로 포함시킬 경우 전체 순위를 크게 왜곡시킬 수 있어 기초 지자체(시·군·구)에 포함시켜 순위를 산정했다. 일부 동일 순위가 매겨진 시·군·구의 경우 건강순위 평가 점수의 소수점 첫째 자리 값까지 같은 곳이다.

강남구 입원 일수, 지자체 중 최저
지난해 8위였던 서울 강남구가 1위로 급부상한 것은 고혈압·당뇨병(10만 명당)·비만인구 비율 등 만성 생활습관병 환자가 적은 순서로 전국 10위권 내에 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비율(주관적 건강인지율)과 병원에 입원한 일수가 기초 지자체 중에서 가장 적었다. 그러나 강남구의 유방암 환자 수는 여성 주민 10만 명당 649명으로 경기도 양평군(675명)·서울시 종로구(650명) 다음으로 많았다. 서울의 25개 구(區) 중 건강랭킹 상위 5개 구는 강남·서초·광진·송파·강동으로 강남 편중 현상을 보였다. 반면 하위 5개 구는 강북·도봉·금천·용산·성북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건강순위가 ‘남고북저(南高北低·강남은 높고 강북은 낮음)’ 현상을 보였다. 전국 230개 시·군·구 중 건강랭킹 2위인 울산시 남구는 간암·폐암·대장암·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수(10만 명당)가 적은 순서로 전국 기초 지자체 중 20위권 내에 들었다.

76개 시만 보면 전주순천 1, 2위
시·군·구 등 기초 지자체 가운데 전국의 76개 시(특별·광역시의 구와 군 제외)만 따로 순위를 매겨봤다. 여기서 건강순위 1위 시(市)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북 전주시로 조사됐다. 전주는 10만 명당 의사 수(321명)와 병상 수(1945개)가 비교적 많았고 이 덕분에 전주 외의 타 지역 병원에 입원한, 이른바 유출환자 비율(38.7%)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흡연율(20.2%)도 낮은 편이었다. 76개 시 중 건강순위 2위는 전남 순천시였다. 순천시는 위암·간암·대장암 순위가 전국 중위권 수준이었으나 전주시와 유사하게 다른 지역 병원을 이용하는 외래(28.8%)와 입원(24.3%)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군단위에선 울주군이 1위
시·군·구 등 기초 지자체에서 84개 군(郡)만을 따로 떼어 건강순위를 매겼다. 여기선 울산 울주군이 1위(전체 37위)였다. 군 가운데 건강일수(연중 병원이나 약국에 가지 않고 생활하는 일수)가 가장 길고(232일), 10만 명당 대장암 환자 수(205명)가 가장 적은 덕분으로 해석된다. 또 폐암과 간암은 둘째, 위암은 셋째로 적었다. 군 중 2위는 강원도 철원군이 차지했다. 철원군의 비만인구 비율(16.7%)과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비율(주관적 건강인지율)이 전국 84개 군 중 가장 적어 지난해보다 순위가 8계단이나 상승했다.

전국 230개 시·군·구 중 10만 명당 위·간·폐·대장암 환자 수와 생활습관병인 고혈압 환자 수가 많은 순서로 1∼20위는 모두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군 지역이 차지했다. 시나 구에 비해 군 지역 주민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육류 섭취 등 서구식 식생활이 발병 원인일 것으로 여겨지는 대장암은 도시(시·구)보다 농어촌(군)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황대용 교수는 “대장암은 나이들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데 농촌 지역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며 “대장암 발생엔 흡연보다 음주 요인이 더 큰데 힘든 농사일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 두 잔 이상 마시는 술이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외적으로 유방암은 시·구 등 도시 주민이 많이 걸렸다. 유방암 환자 수 최다 1~20위 지역 중 17곳이 서울과 경기에 집중됐다. 특히 유방암 최다 상위 10곳 중 7곳이 서울에 몰려 있어 도시 지역에서 유방암 발병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양상이 고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목동병원 여성암전문병원 백남선 병원장은 “일하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고 모유수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도시에서 시골보다 유방암 발병빈도가 높을 수 있다”며 “이번 조사결과는 이에 대한 강력한 증거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의 비율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만 명당 고혈압 환자 수가 전국 최저인 시·군·구 4곳(경북 구미시·광주 광산구·울산 북구·대전 유성구)은 10만 명당 당뇨병 환자 수도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현재 흡연율이 최저인 곳은 경기 과천시(15.5%)로 전국 최고 흡연율을 기록한 충북 음성군(31.7%)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번 평가에선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 지자체(시·도) 평가에선 3년 동안 1위를 지켜온 광주광역시를 제치고 울산광역시가 1위에 올라섰다. 울산은 암환자 수와 당뇨병 환자 수가 시·도 중 가장 적고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 등 질병예방 수준이 높았다. 2위는 대전광역시로 간암 환자 수가 시·도에서 둘째, 고혈압 환자가 셋째로 적었다. 다만 전년에 비해 대장암 환자 수(10만 명당)가 증가해 해당 평가지표에선 순위가 소폭 하락했다.

경기도 노인 건강일수 크게 개선
3년 연속 1위였던 광주광역시는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만성 생활습관병 환자 수에선 전국 1, 2위(적은 순서로)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대수명(3위→9위)과 인구 10만 명당 유방암 환자 수(4위→6위), 자궁암 환자 수(7위→13위) 등이 하락하며 종합순위 3위로 밀려났다. 충남은 흡연율(7위→1위)과 비만율(11위→5위)이 대폭 개선돼 질병예방 순위를 지난해 10위에서 1위로 크게 끌어올린 결과, 종합순위가 14위에서 11위로 뛰어올랐다. 경기는 주관적 건강수준 인지도(6위→3위)와 60세 이상 노인인구의 건강일수(15위→11위)가 크게 개선되는 등 건강성과에서 2위를 기록하며 종합순위가 8위에서 6위로 올랐다.

전남은 1인당 보건예산이 많고, 흡연율은 낮았으며, 병원·의사 수가 중위권 이상으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자연환경이 뛰어난 제주와 강원의 건강 성적은 의외로 부진했다. 특히 제주의 비만율은 시·도 중 최저 순위(30.8%), 흡연율은 충북(16위), 인천(15위)에 이어 14위(25.1%)를 기록했다. 16개 시·도 중 건강순위 최하위를 기록한 강원은 10만 명당 고혈압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강원은 전반적인 영역에서 과거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시 순위는 16개 시·도 중 4위지만 기대수명은 남녀 모두 전국에서 가장 길었다. 서울 남성은 기대수명이 79.4세로 기대수명이 최저인 전남 남성(75.7세)보다 3.7년 더 오래 산다. 서울 여성의 기대수명은 85.8세로 제주(86.4세) 다음으로 전국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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