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위장, 꼬리감춘 복덕방들 -강남투기단속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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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루 4백건 결재>
○…외부의 사정기관에 파견됐다가 오랜만에 친정에 돌아오며 서울지검차장검사로 영전한 김석휘검사는 벅찬격무에 입술이 터지고 식사를 재대로 못하는등 일종의 영전병 (?) 을 앓그 있다고. 그도 그럴것이 서울지검 차장검사가 하루에 처리해야하는일은 공식적인 것만도 출근과 동시에 열리는 간부회의에이어 약3백건의 각종사건을 배당해야하며 하오에는 3백50건 안팎의 사건결재, 이어 40여건씩의 행정결재, 검사와의 사건협의, 내방객 면담등.
이때문에 부임이후 계속 상오8시30분이면 출근해 하오8시까지 각종 기록과 씨름을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실정이라고.
주위에서는 그가 검찰의 중핵으로 불리는 고시8회의 선두주자로, 내부의 기대에 어긋나지않기 위해 뼈를깎는듯한 노력을 하고있다고 했다.

<올해 5만건시술>
○…보사부는 가족계획사업의 하나로 「월경조절시술」 이란 기묘한 명칭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시술이 사실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어서 당국이 마치 임신중절을 조장하고 있는듯한 인상.
보사부는 인구증가억제를 이유로 최근 사실상 규제가 완화된 임신중절에 대한 일부사회여론의 반대가 세차게일자 나쁜인상을 가리기위해 이런명칭을 사용.
월경조절시술은 의료보호대상여성에 대한 중절수술로 가족계획에실패, 원하지않은 임신을 했을경우 임신8주이전에 각 보건소·시립병원 등에서 중절수술을 해준다고 원칙은 세웠으나 서민층인 의료보호대상 여성(생활보호대상 저소득층)들이 원하는경우 사실상 무제한 시술해주고 있다.
당국의 올해 시술목표는 5만건으로 작년2만건의 2·5배, 76년 8천4백82건의 5·9배, 75년의 13·4배, 74년의무려 22·8배등 시술건수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단속실적은 미미>
○…서울시가 2월초부터 구청별 부동산소개업소 특별단속반을 편성, 시내 1만6천4백여개소에 대한 단속을 펴고있으나 당초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강남관내부동산투기억제지역 단속실적은 『닭쫓던 개 지봉쳐다 보는 꼴.』
정부당국에 의해 부동산투기억제지역으로 지정된 강남지역관내 대부분의 복덕방들은 국세청조사와는 별도로 서울시의 강경단속이 있을것이라는 낌새를 사전에입수, 휴·폐업등으로 위장해 문을 닫았고 일부업소는 거래장부를 말끔히 정리해 버렸거나 장소를 옮겨 다른사람명의로 영업하는등 단속의 손길을 교묘히 피하고있기 때문.
이바람에 단속반의 손에걸려 행정처분된 업소수는 27일현재 시전역에서 2천여개소에 이르고 있으나 이가운데 부동산과열투기의 온상이 돼왔고 많은 대형업소들이 밀집돼있는 강남지역에서는 4백여개소에 불과하며 특히 강남구관내에서는 전무한 상태.

<아이디어 수집차 각서에 회의잦아>
○…요즘 서울시내경찰서관할 파출소장들은 새해들어 각종특별 경계령의 격무에, 서장의 연두순시에 따른「브리핑·차트」작성에 곤욕을 치렀는데 요즘 일부 경찰서는 연일 계속되는 서장주재확대간부회의로 또 다시 바쁜 일손.
평소 회의를 좋아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H서장은 서울시경의 올해 목표인 「이동거리질서확립」을 위해 일선 파출소장은 물론 각 과장급에게까지 신선한 「아이디어」개발을 독려한 것은 좋은데 이를 독촉하느라 빈번히 회의를 소집하고있다고 모과장은『회의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 고 한마디.

<시장아들 배정도니 변두리고교 환성
○…지난20일 서울시내후기고교의 학생배정을위한 학교별 추첨기호가 발표되자 학생과 학부모들간에는 희비가 교차.
같은 학군안에서도 거주지에서 먼 학교로 배정된 학생들은 통학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시교위당국에 시정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정작 관심의표적은 전기대학 합격율이 높은 소위 「명문」 교.
강남구 이모씨(52)는 아들이 눈앞의 구명문 K고를 두고 「버스」 로 40분이나 걸리는 무명의S고에 배정되자 이사를가는수밖에 없다며 체념.
이와반대로 평준화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Y고에 아들이 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전전긍긍하던 P씨 (45) 는 Y고가 S대에 해마다 20명이상의 합격자를 내는 새명문임을 뒤늦게 알게되자 싱글벙글.
한편 구자춘서울시장의 아들이 변두리 S고에 배정되자 학교 교무실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나기도.
학교측은 『명사의 아들이 진학한다고해서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지의 음덕 (?) 을 볼것이라며 새명문에의 도전을 다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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