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미술대전」에 바란다|김세중씨(서울대 미대교수)와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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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민전」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읍니다. 물론 바람직한 용어는 아닌데 그동안 우리나라엔 어떤 형태의 민전이 있었읍니까.
김교수=일제때의 선전이래 오늘의 국전에 이르기까지 관 주도의 미술전이 우리미술계의 관문역할을 해온 까닭에 그 반작용으로 근년 민전이란 말이 새삼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술계는 국전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어요. 국전이 비대한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중앙미술대전」같은 몇몇 큰 종합전이 더 두드러진 개성을 갖고 압도할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민전을 손꼽는다면 1920년대에 선전에 대항했던 서화협전이겠고 그 기백과 의의가 대견한 것이었지요. 그것이 없어진 것도 일제말의 탄압에 의한 타의적인 것이었읍니다.
근래에 있던 것으로는 부산의 동아미전과 한국미술대상전등이 선뜻 떠오르는데 금년에 열릴 「중앙미술대전」등이 민전의 개성을 잘 살린다면 미술계에 훨씬 「어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로 기획되는 민전의 성패라 할까, 기대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김교수=구태의연한 방식을 탈피하여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미전이라 집약할수 있겠지요. 보수적인 방법이란 항시 새로운 감각을 도외시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젊은 작가들은 「중앙미술대전」만이라도 새로운 기백과 경향을 함께 받아들여 주기를 원하고 있읍니다.
―「중앙미전」에서는 사실이라든가 추상이라든가 하는 어떤 제한도 두고 있지 않으며 오로지 한국미술의 향방을 올바로 이끌어 나가려는데 목표가 있읍니다. 문제는 보다 유익하게 운영하느냐는데 부심하고 있는데….
김교수=종래의 국전이나 다른 민전들은 주최기관의 선전효과와 권위에만 치중된 느낌이 없지 않았으며 그에 뒤따르는 응분의 대책이 소홀했읍니다. 바꿔 말하면 역량있는 작가를 배출하는데 그치지 말고 끝까지 지원해 주는 점이 아쉬웠지요. 듣건대「중앙미전」에서는 그들의 개인전이나 해외진출의 지원및 작품구입 등 뒷받침을 해주리라는 소식인데 차제에 그것이 제도적으로 확립되었으면 합니다.
―「중앙미전」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내고있어 어떤 자극을 주리라 믿읍니다만….
김교수=과거는 미술인구의 저변확대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그 단계를 지나 별처럼 빛나는 작가를 육성하는데 주력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상타고 외국 갔다오고 명문기관전에 몇점 출품했다는 것이 좋은 작가의 이력이 될 수 없읍니다. 정말 국내외에서 빛나는 작가를 키우려면 큰 지원이 필요하며 그것이 앞으로 전람회의 권위와 상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지원방법으로 유학이나 해외전도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파리」 의 화랑협회장이 왔을 때 여러가지 의견을 나눴읍니다만 좀더 쉽게 이루어지는 길이 보였읍니다.
―또 한가지 초대전에 있어서「중앙미전」은 새로운 초대방식을 시도했는데….
김교수=그렇죠. 작품을 초대하는 방식인데 「구겐하임」미술관의 전미국전 같은게 그런 참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읍니다.
그리고 근년엔 더욱 새로운 방법으로서 여러 작가가 한 장소의 환경미술을 초대 제작케 하는 과감하고 직접적인 방법이 시도되고 있읍니다. 이미 「오스트레일리아」「프랑스」「멕시코」등지에서 베풀어 졌는데 「중앙미전」은 삼성미술문화재단과 제휴하여 그런 시도를 할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나 여겨지는군요.
물론 이런 문제는 앞으로 점진적으로 연구할 과제이며 우선은 기존종합전의 폐단을 시정, 보다 알찬 성과가 얻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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