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시장에 눈 돌리는 자유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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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닐라=이창기 특파원】대외무역에서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유중국은 동남아를 중시하기 시작, 동남아국가연합(ASEAN)지역에 대한 투자증진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자유중국 국가경제기획원의 한 보고서는 대만이 날로 어려워져 가는 수출여건의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풍부한 「아세안」지역에 투자를 더 많이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에 투자한 9백만「달러」(45억원)짜리 「폴리에틸렌」공장건설은 자유중국의 대외투자사상 최대규모의 것인 동시에 「아세안」과의 경협관계수립의 한 상징이 되고있다.
자유중국은 1958년부터 작년 6월까지 모두 1백3건이나 대외투자를 승인했지만 지금까지 해외투자억제정책 때문에 그 액수는 3천만「달러」(1백50억원)에 불과한 것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중 동남아에 대한 투자는 총48건으로 태국 20건·「말레이지아」 16건·「인도네시아」7건·「필리핀」 5건의 순위.
「아세안」시장은 자유중국으로 보면 제3위의 수출시장이고 자원공급의 젖줄이기 때문에 뒷전에 돌려 둘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인니는 원유·천연「가스」·농산물·임산물을, 「말레이지아」는 고무·주석·목재를, 태국이 농산물, 특히 옥수수·당밀·곡물을 각각 자유중국에 공급하고 있어서 투자수급면에서 「아세안」과 자유중국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아세안」이 역내 경제협력체제로 점차 『경제「블록」』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대만당국은 장기적 안목에서 당장의 이익은 크지 않더라도 자원이 풍부한「아세안」에 투자, 교역의 「징검다리」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최근 중공이「아세안」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구두로 찬사를 늘어놓는 것과 때를 같이해 나온 자유중국의 대「아세안」접근시도는 중공에 앞질러「투자전술」로 발전시켰다고「싱가포르」의 한 경제전문가는 보고 있다.
작년에 중공은「아세안」에 대해 아무쪼록 역내협력기구로 발전되기를 바란다면서 그 활동을 높게 평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정치적「제스처」를 보낸바 있다.
사실 자유중국은 전세계 22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있지만 특히 태국·「말레이지아」·「필리핀」·「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5개국과는 모조리 단절돼있는 처지.
이런 외교적 열세를 경제적 유대관계로 「커버」하려는 자유중국은 1천5백만 화교가 이 지역에 살고있고 또 그들이 굵직한 상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아세안」에 대한투자로 수출을 한층 유리하게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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