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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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티나이·카프』. 「방콕」에 사는 외국인이 제일먼저 배우게되는 태국어다. 『댁은 누구십니까』라는 말이다.
전화에 혼선이 많고 제대로 통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전화의 회선수가 적은 나라에서는 어디나 태국과 마찬가지다. 작년만 해도 서울서 0343만 돌리면 안양과 자동으로 통화할 수 있게 돼있다. 그러나 「0」자 하나를 돌려도 벌써 통화중신호가 나온다.
결국 안양까지 전철을 타고 가는게 더 빠를 경우가 많다. 회선이 37개밖에 안되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하기야 「파리」에서도 전화사정은 엉망이다. 『아침 몇 시에 전화하겠읍니다』는 약속을 「파리지앵」들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만큼 통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파리」시내의 전화 보급율도 문화의 대도시답지 않게 낮다. 「프랑스」전체를 통틀어 전화보급율은 1백명 당 21대로 세계 17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파리」의 시민들은 그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반나절이면 편지가 배달되기 때문이다. 「파리」에 비기면 「런던」의 전화보급율은 훨씬 높다. 그 대신 시설이 매우 낡았다. 그래서 혼선은 잘 안되어도 잡음이 많다.
다만 서구에서는 국제전화는 어디나 자동화되고 있다. 따라서 어디서나 나라번호·지역번호·가입자번호를 계속 돌리기만 하면 공중전화로도 당장에 통화가 된다.
공중전화의 보급율은 일본이 세계 제1이지만 보통 전화는 역시 미국이 제1이다. 인구 1백인에 65대꼴로 보급율이 높은 미국에서는 전화를 통한 「서비스」도 다양하다.
천기예보·시각·극장안내·「쇼핑·가이드」 등 웬만한 생활정보는 모두 전화 「다이얼」 하나로 알 수 있게 되어있다.
통화를 해도 찾는 상대가 없으면 요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퍼슨·투·퍼슨·콜」, 수신자가 요금을 물게되는 「컬렉트·콜」, 요금을 신용후불로 하는 「크레디트카드·콜」이 있다. 그런가하면 본인이 부재시에 「메시지」를 남겨주는 「서비스」도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불편한 점은 있다. 거리에 공중전화 「박스」가 적다는 사실이다. 고장난 채 방치되어 있는 것도 많다.
그러나 혼선이며 통화중으로 애태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자교환「시스팀」 등 설비가 날로 새로워지고 있고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전화대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부터 우리 나라도 37만 회선이나 늘리고 장거리 자동전화도 증설하기로 되어있다 한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교환시설이다. 이게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혁신되기 전에는 여전히 『전화 좀 똑똑히 걸어요』하는 핀잔을 받기가 일쑤일 것이다. 교환양의 짜증스런 응답도 여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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