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새로…손질 필요한 용인 민속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단순한 관광 목적을 넘어「국민교육의 현장」이 돼야할 용인의 한국 민속촌 시설이 대부분 역사적 민속적 고증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부의 요청으로 지난해말 문공부가 임동권 교수(중대·민속학)등 11명의 전문가로 고증 위원회를 구성, 현지 조사 결과를 종합한「한국 민속촌 고증 보고서」에 따르면 민속촌의 모든 시설물은 그 기초부터가 재 검토돼야 한다는 것.
지난 74년10월 개관, 그 동안 3백여만명이 관광을 한 용인민속촌의 각지방 민가나 영·호남의 토호집은 구조부터가 전혀 잘못돼 있고 가구의 배치도 사랑방과 안방 것을 뒤바꾸어 진열한 상식 밖의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사진부」에 있는 신랑·신부복식을 비롯한 수령 등의 의상은 옛날에 전혀 없던 터무니없는「디자인」과 색깔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은퇴 고관의 한거인 반가 뒷사랑은 방이 한 개 뿐으로 잔심부름을 하는 상노와 한방에 거쳐하게 돼 있는 등 숱한 오류를 낱낱이 지적했다.
주관 부처인 교통부는 이번 문공부의 고증 보고서에 지적된 오류와 그 개선책을 검토, 용인민속촌의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기본 시설인 주택의 대대적 개선은 어려운 형편. 고증위의 지적요지는 다음과 같다.

<주택>
민속촌에 들어서면서 처음 보이는 토호가는 대문부터 서울의 정이품이상 관원이나 가능
했던 솟울대 문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원규의 기둥과 부연(부연), 대문 위의 대극·매성도 원래 없던 것이기 때문에 뜯어 치울 것을 건의했다.
양반 집의 경우 안채와 줄행랑의 구조가 엉망이고 큰사랑은 앞·뒷방이 따로 있어 내객과 뒷방에서 밀담을 할 수 있도록 고쳐져야 한다는 것. 식량창고가 없고 수십명의 반가·식사요리를 하는 부엌이 너무 비좁아 마치 오쟁이 속에서 산책을 하는 격을 방불케 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역 특성과 시대적 특성을 원칙으로 해야 할 민속촌의 전시에서 호남 것을 주워 모아다가 영남 토호가로 해놓고 영남 지방 것으로 보이는 것을 관서농가로 전시한 것은 시정이 시급한 문제로 지적됐다. 모든 가옥의 구조와 배치는 거의가 고증에 어긋난다는 것.

<가구>
생활용구의 전시는 배치면과 장식 면에서 전혀 터무니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원래 우리 나라 가구 전시의 특징인 내당과 사랑의 뚜렷한 구별이 거의 도외시돼 있다는 것이다.
안방에 끽 연구·문방구 등을 전시한 것이나 사랑방의 황동장식 반닫이는 그 위치가 서로 뒤바꿔져야 한다는 것.
가구는 사회계층·생업·지역 특성에 따라 유형을 달리하는 것이 필연적인데 이 점도 무시됐다. 영남 토호가의 경우 행랑방의 개성 반닫이는 안채나 사랑채 것보다도 오히려 격이 높고 안채 부엌 옆의 침모방은 마치 현대 신혼부부의 거실을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
토호 양반가에 있어 방문의 두껍닫이와 다락문에는 흔히 서화를 붙인다.
또 민가에서는 살림에 필요한 시렁이나 선반이 많이 설치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각 방에는 천편일률로 나전칠기를 진열하고 지역 성격이 마구 혼돈된 민구들 뿐이다. 그러므로 이들 각 집의 생활용구는 일단 모두 회수해 다시 선정해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당>
복식은 18세기 이조 것들과는 많이 어긋나고 있다. 수령의 복색은 군복을 청천선으로 바꾸어야 하고 아전의 옷차림은 단원의 평양감사 유연도에 나타난 대로 흑표에 담청의 중치막을 입고 흑조대를 물러야 한다는 것.
촌내 당나귀를 몰고 다니는 구종의 복식독 춘향전』에 따른 고증으로는 현재 쓰고있는 모자가 필요 없는 것이고 오히려 행전을 쳐야한다는 것이다. 군가의 수문장을 민속촌에 세워놓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구태여 수문장을 둘 테면 주졸9나졸)로 바꿔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신앙·의례부문의 도깨비 집에 있어서도 재래한국 도깨비와는 전혀 다른 일본 유령과 같은 느낌을 줄뿐만 아니라 너무 어둡고 기괴하다. 또 관아의 형구는 공개 진열 할 것이 못되므로 치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됐다. <이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