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 억제장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통화신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짐에 따라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심리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투기심리의 보편화는 결국 증권투기·「아파트」투기·토지 등 부동산투기 등으로 노출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주가·「아파트」값, 그리고 땅값 등이 모두 연초부터 크게 오르고 있다.
이처럼 투기가 심화해 가면 내자동원 체제에 결정적인 결함이 생기게 되고, 그 때문에 비 「인플레」적인 산업자금의 공급이 어려워지게 된다.
그러나 고율투자·고율성장을 위한 자금지원은 내자동원의 애로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급되어야 하게 되어있다.
자금방출은 계획대로 이루어지는데 통화환수 요인이라 할 저축성예금이나 신탁자금증가 등이 계획에 미달할 때, 늘어나는 것은 통화량밖에 없다. 그 때문에 통화와 물가의 악순환 과정이 일어날 요소가 매우 큰 것이라면, 그 악순환을 단절시킬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이며, 지금이 바로 그러한 조치를 단행해야 할 싯점이다.
우선 토지·「아파트」투기의 본질적인 진정을 위해서 제도개편이 보다 신속 과감히 이루어져야한다. 정부가 제2종합청사 예정지의 주변을 「생산녹지지역」으로 고시하고 「아파트」의 일반 입주 청약제도를 예금제도로 전환시키려고 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케이스·바이·케이스』식 해결 방법보다는 투기요소에 대한 보편적이고도 자동적인 억제장치를 고안해 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세의 기복에 따라서 대응요법적으로 대처해서는 아니된다. 본질적으로 배당률·유보율·자산재평가 등에 필요한 경영비율을 일반적으로 조건화함으로써 허튼 소문이나 조작에 따라서 시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장치를 걸어 놓아야 한다.
오늘날 천장을 모르게 치솟고 있는 건설주식만 해도 그렇다. 총론으로서의 중동건설 전망이 좋다는 것과 각론으로서의 개별기업의 재무내용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오히려 개별기업으로서는 대외적인 국가이익 때문에 당연히 도산시켜야 할 기업을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 주가도 선의의 투자자를 마비시킬 만큼 오르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와 투기를 건설업체라는 간판 때문에 묵인하는 것은 정책부재 현상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또 재무내용이 매우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당히 눈감아 주도록 함으로써 무리하게 상장시키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한 무리한 상장에 대해서 『유가증서 신고가 바로 기업의 재무제표의 공신력을 당국이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언공시만으로 합리화할 수는 없다.
이러한 잠재적인 부실상장이 기업의 허명과 곁들여서 투기를 조장케 되는 점을 증권당국이나 정책당국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신용분석을 거래은행에 의뢰하는 사실 자체가 제도적으로 모순이다. 이해 당사자가 기업을 평가한다는 것은 객관성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요컨대, 연초부터 일고 있는 투기요소의 발로는 국민경제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중대한 사태인 것이며, 이는 단호히 그리고, 신속하게 제도적으로 제어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때 그때의 행정조치로서가 아니라 제도적인 장치라는 일반적인 『룰』의 개발을 통해서 항구적으로 작용하도록 고안해야 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