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국가개조 논의에 민간을 참여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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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백 마디 말보다 한 줄기 눈물이 주는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다. 많은 사람이 ‘여성 대통령의 눈물’에 주목한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조차 진정성을 인정했다니 대통령의 ‘눈물 사과’는 성공적인 셈이다.

 문제는 눈물이 마른 이후다. 대통령의 충격적인 담화문 발표로 국가개조가 완성된 것은 결코 아니다. 해양경찰청 해체, 공룡 안전행정부 수술, 국가안전처 신설 등 대통령이 내놓은 큰 그림은 파격적이지만 동시에 거칠다.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보완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논의의 칼자루를 공무원 조직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5급 공채(옛 행시)를 축소하겠다는 마당이니 국가개조 방안 논의부터 민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민간의 목소리를 충실히 들어야 하는 이유는 권력자와 관료만의 폐쇄적인 정책 결정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다.

 예컨대 해경 조직을 해체하면서 해양 경비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옮기는 방안을 놓고 민간 전문가들은 부적절하다고 꼬집는다. 울산과기대 윤동근(재난관리공학) 교수는 “국가안전처는 재난 발생 때 총괄·조정 기능이 핵심이다. 중국 불법 어선 단속 업무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을 막는 해양 경비 업무에 치중하다 보면 재난 대비에 소홀해질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때의 잘못을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스다코타 대학에서 5년간 교수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는 “우리 정부는 단칼에 해경 해체라는 해법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를 만드는 데 각계 전문가를 참여시켜 1년 이상 논의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안행부 조직 쪼개기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조직 담당 공무원들에게만 맡겨선 공정한 수술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느 실·국을 어디로 보낼지를 두고 옛 총무처와 내무부 출신 간에 자칫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국가안전처·행정혁신처·‘행정자치부(안행부에서 남는 조직)’ 중에서 누가 서울청사에 남고 누가 세종청사로 갈지를 놓고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신행정수도와 세종시 이전 논란 때도 외치와 내치의 중추 기능을 맡은 정부 부처는 서울에 잔류했다. 민간 헌법 전문가의 지혜를 빌려 위헌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을 한다면서 관료들만 밀실에 모여 방안을 만든다면 국민이 결코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 인사 전문가도 좋고 여러 분야의 학자를 참여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국가개조를 위해 정부조직법·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 등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의 폭넓은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