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분자 교과서로 변해버린 「스위스」군 지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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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로마=정신규 통신원】중립국「스위스」군 지침서가 「유럽」전역을 휩쓸고 있는 「테러」분자들에게 좋은 교훈서가 되어 말썽을 빚고 있다. 『전면항거』라는 제목의 이 지침서는 1백여점의 그림·「스케치」·사진을 포함한 2백85「페이지」로 된 책자로 「게릴라」전을 위해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최근의 「유럽」국가 경찰간부회의에서 『전면항거』가 거론됐던 것은 각종「테러」조직들이 이 책을 통해 그들의 활동을 위한 갖가지 「힌트」를 얻고 있다는 정보 때문.
20년전 초판이 발행된 후 현재 5판에 이르고있는 『전면항거』는 「스위스」정규군인 연방군이 타격을 받아 제구실을 못할 때에 대비, 시민이 항거할 수 있도록 국민계몽용으로 「스위스」사관협회가 발간한 「핸드북」.
내용은 그대로 「게릴라」가의 정수. 「몰로토프」사제폭탄·깡통이나 「요구르트」통을 이용한 수류탄제조법·시가지 차단, 그리고 사설지뢰장치 방법·철로파괴술·한줌의 모래를 가지고 열차를 정거시키는 것 등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또 「사보타지」와 「테러리즘」의 기술을 그림과 「스케치」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등뒤에서 보초를 습격하는 법·발전소 방해공작·망원경이 달린 간단한 소총을 사용하여 이륙하는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요령도 이 책 한 권이면 손쉽게 익힐 수 있다.
『전면항거』는 또 「게릴라」조직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게릴라」성격에 따른 조직형의 선별·비밀인쇄소 설치 조언·「피라미드」식 「레지스탕스」운동 조직과 전개방법 등이다.
그 외에도 「알리바이」를 가장하는 요령·구속 때 처신해야할 사항에선 죽음까지 각오하라고 가르친다.
『무조건 반대하라. 적이 확증을 제시하더라도 거부해야 한다. 도저히 피할 길이 없다고 판단되거든 「아무 아무개 만세」라고 외쳐라. 아무개 이름은 적에게 잘 알려진 「레지스탕스」우두머리일수록 좋다. 그러면 적은 너를 죽이는 것밖에 못할 것이니 헌신은 최고의 영예다』라고.
이와 같이 「게릴라」용 교과서로도 오해받기에 알맞은 『전면항거』에 겨냥된 비판의 화살에 대해서 저자「한스·폰·다하」씨는 『우연의 일치』라고 일축. 전직소령이며 현재「스위스」연방군사령부소속 문관으로 있는 「다하」씨는 『이 책보다도 더 상세한 지침서가 동구군 출판물 중에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면항거』를 발행하는 「스위스사관협회」는 초판 후 20년만에 본의 아니게 이 책이 「테러」단을 방조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어 유명해지자 많은 국가가 번역권을 요청해 오지만 일체 불허할 방침이고 국외 서점에 비치된 원본까지도 반환하도록 조처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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