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뚱뚱해서 울상" 서독의 정치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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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본=이근양 특파원】서독정치인들에겐 체중문제가 국내 치안문제만큼이나 관심이 크다.
우선 뚱뚱해야 관록이 있어 보인다던 서독정가의 사고방식도 이제는 옛말. 1백㎏안팎의 「헤비」급들은 그토록 좋아하는 돼지고기 마저 마다면서 「다이어트」에 한창이다.
내각이나 연방의회에서 외신「클럽」에 보내주는 회의사진을 보면 한마디로 동화에 나오는 어느 거인국 사람들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그 가운데 내각에서는 「헬무트·슈미트」수상을 필두로 「한스·디트리히·겐셔」외상과「요셉·에르틀」농상이 대표적이며 「프란츠·요셉·슈트라우우스」와 「헬무트·큘」등 여야 당수가 손꼽히는 초중량급이다.
1백㎏이 넘는 「슈퍼헤비」급은 「콜」당수이외에 「겐셔」외상과 「에르틀」농상이며 「슈트라우스」당수는 92㎏, 「슈미트」수상은 80㎏-. 신장과 비교해 볼 때 1m78m의 신장에 체중 1백㎏으로 정상인보다 무려 20㎏이나 많은 「에르틀」농상이 가장 비정상이며 1m71㎝인「슈미트」수상도 건강상의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최근 누구나 체중조절에 안간힘이지만 성공사례는 드물다.
『운동을 많이 하면서 되도록 적게 먹자』는 「다이어트」의 제1조마저 직위 때문에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르틀」농상의 경우 「스키」·「요트」·활 등 온갖 「스포츠」를 다 즐기면서도 음식이 나왔다하면 사양하는 성질이 아니어서 문제.
「겐셔」외상의 부인 「베르벨」여사가 저녁마다 「다이어트」음식을 준비해 놓고 있지만 외식이 연중행사이며 술을 끊고 생선만 찾는 「슈미트」수상도 「아이스·크림」이나 과자가 있으면 참지 못하니 실효성이 없다는 측근의 얘기.
체중 1백5㎏으로 정가에서도 소문난 「콜」당수는 「아이스·크림」과 「푸딩」때문에 고전이라는 것인 반면 「슈트라우스」당수는 체중조절이라면 결사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먹는 것이 정치인 서구사회에서 먹지 않겠다고 버틸 수도 없어 서독정치인들은 은퇴하지 않는한 체중조절에서 실패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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