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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극지탐험에 나서려는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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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사는 올해 대한산악연맹과 공동주최로 극지 남·북극을 향한 도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제3의 극지 「에베레스트」를 성공적으로 등정한 기세로 이제 제2의 극지 북극과 제1의 극지 남극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북극과 남극은 이미 금세기 초 미국의 「피어리」와 「노르웨이」의 「아문젠」대에 의해 인류의 족적이 찍혔다.
그 이래 선진제국들과 인접국들의 극권일대에 대한 탐사활동과 기지설치가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도 극지는 인류의 마지막 「프런티어」로 남아있다.
극지가 인류의 「프런티어」인 까닭은 추운 기온과 심한 바람, 그리고 반년씩 계속되는 밤과 낮 등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운 자연조건 때문이다.
근년에는 자원과 전략이라는 두 차원에서 남·북극은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극권의 모든 육지가 어느 특정국가의 영토에 속해 있는 북극의 경우, 육지의 석유·「가스」·철 등의 광물자원이 이미 개발단계에 있으며, 북빙 양은 군사기지와 핵잠수함의 통로로 이용되고도 있다.
이에 반해 남극조약에 의해 오는 90년까지 영토권 주장이나 비평화적 이용이 금지된 남극대륙에도 미·소·일 등 12개국이 연구와 탐사를 위한 기지를 설치해 놓고 있다.
이렇게 이미 극지가 전인미답의 처녀지는 아니지만, 아직도 극지에의 도전은 몇몇 나라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선진대열에 참여하자는 데 이 사업의 가장 큰 뜻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남 보기에 불가능하고 우리 생각에도 어려웠던 숱한 일들을 해냈다. 수출 1백억「달러」 초과달성, 주곡의 자급달성, 「에베레스트」 등정 등등….
이 모두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과 정신력의 소산이었다. 그 결과 이제는 우리국력의 잠재력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자신을 가질 만큼 되었다.
남·북극에 도전할 생각을 갖게된 것부터가 우리의 국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겠는가.
남·북극을 탐험한다 해서 당장 우리에가 어떤 실리가 돌아올 리는 없다.
그것이 실리로 연결되려면 앞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그에 뒤따른 국가적인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극지탐험은 우선 우리 스스로의 잠재력과 기상에 대한 자기확인이다. 이제는 그만한 자기확인을 해도 되리라는 판단에서다.
「피어리」와 「아문젠」이 극점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극지탐험기술이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역시 극지탐험은 높은 기술과 막대한 재력과 장비, 그리고 불굴의 정신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억년설의 빙산이 2천m의 두께로 쌓인 남극의 경우, 모든 조건이 순조로워도 극점에서 가장 가까운 기지로부터 극점까지는 왕복 99일이 걸린다고 한다.
영하30도 이하의 강추위, 살을 에는 듯한 눈보라, 가도가도 끝없는 희고 투명한 빙원뿐-.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돌지 않고 버티기가 어려운 조건들이다.
이렇게 극지탐험은 의기로만 될 일이 아니다. 사전조사·국내훈련·전지 내한훈련 등 완벽한 사전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
우리의 「에베레스트」 등정경험은 준비 과정의 시행착오를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극지에 이어 제1, 제2의 극지에 우리의 발길이 닿아 우리의 국력과 불굴의 기상을 또 한번 세계에 과시할 날을 앞당기자. 우리가 극지탐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뜻이 실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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