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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눈을 통해본 사회…「손거울」1년|저질연탄고발엔 폭넓은 공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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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손거울」1년-. 주로 살림을 하는 가정 주부들이 생활속에서 느끼고 생각한 생활의 단편들을 정성스럽게 적은 모두 1천3백여편이 지난1년간 투고되었다. 그것은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서민생활의 명암을 담은 것이었고,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특히 그중에서 뽑혀 신문에 게재뇐 31편은 날카로운 고발정신, 섬세한 생활감정,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제안등을 담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세태반영이 으뜸>
지난1년간 평균10일에 1편정도로 신문에 실린 여성독자투고 31편중 가장많이 다루어진것은 메마른 인정·비리로 치닫는 세태에 관한것(35%). 서민용「아파트」 분양에 자가용차를 타고 몰려드는 유한부인들의 무분별한 「아파트」투기 「붐」에 관한 고발 (서울·황금성씨 투고」과 값은 오르면서 질은 오히려 떨어만지는 연탄에 대한 고발은 그중 대표적인 「케이스」.
특히 연소시간이 짧은 연탄을 가느라 매일밤 잠을설쳐 부석부석한 얼굴로 출근한다는 직강을 가진 주부 박정자씨 (서울) 의 다음과 같은 내용의 투고는 연탄갈기의 노예가돼버린 주부들의 폭넓은공감을 얻었다. 『…어느날엔 새벽1시에 일어나기로 생각하고 잔 것이 새벽3시에 눈이 떠졌다. 방마다, 난로마다 연탄은 하얗게 죽어버렸고 날씨는영하18도. 그 시간에 새로 연탄을 피우느라고 마루엔 그을음이 까맣게내려앉았다.
문을 열고 쓸어내고 젖은 걸레로 닦으니 닦은 자리마다 얇게 얼음이 얼었다. 나는 어린애처럼 눈물을 줄줄 흘렸고 남편은…』 그밖에 서민의 편의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생기고 없어지는 「버스」노선, 3남매를 두고 가정부에 의해피살된 아내의 뒤를 따른한 판사의 자살의 비리등이 「손거울」난을 통해 언급되었다.

<물가와 가계>
치솟는물가와 그에따라 쪼들리기만하는 가계에관한 불만이 게재된 것은 전체31건중 6건(20%). 특히 부가가치세가 실시된 7월1일이후에는 값이 평균 10% 떨어진 전기제품들을 둘러싼 희비쌍곡선의 투고는 한푼두푼을 아껴쓰는 주부들의 알뜰한 생활 태도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중 선풍기를 사기위해 돼지저금통까지 뜯었으나 약삭빠른 상인들의 농간으로『소비자 가격표』는 아랑곳없이 웃돈을 더 주지않으면 살수없어 포기하고 말았다는 오옥희씨(경남 진주)의 투고는 서민생활의 슬픔을 짙게 풍기는 것이었다.
남녀차별에 관한 문제는 세태· 물가와 가계 다음인 세번째로 자주 손거울난에서 취급되었다. 총사건중 4건(13%).남녀차별에 관한 투고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사회의 남녀차별을 실제 피부로 느끼는 직장여성의 투고가 대부분이었다.
우수한 여자대학졸업생들을 대량 뽑아놓고 『우리회사는 지금까지 여고졸업생만 썼는데 이번엔 남자들의 사기를 돋우기위해 여자대학졸업생을 뽑았다』 고 공언하면서 차심부름만 시킨다는 전경희씨 (서울) 의투고는 모회사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30대 주부투고가 55%>
그밖에 시집살이에 얽힌 애환, 3수생의 아들을 둔50대 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 비정의 병원의사, 그리고 자연에대한 예찬등의 다채로운 내용이 여성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펼쳐졌다.
특히 아내의 생일을 기억못하는 남편의 무심함을 원망하다 끝내 귀뜸을 해주어 자는 아이를 깨우고 집에서 담근 포도주로 축배를 들었다는 이순자씨(강원삼척)의 투고는 읽는이의 미소를 자아내게하는 것이었다.
지난 1년간 「손거울」난에 투고된 총1천3백여편중 그 절반이넘는 7백여편 (55%) 이 30대 가정주부에 의해 투고된것. 또 그 내용은 대부분이 잘못되어가는 세태와 물가와 가계에 관한 것이었다.
그밖에는 40대 (20%) ·20대 (15%) ·50대 (9%)의 순. 30대여성들의 투고가가장 많은것은 그 연령층이 대개 결혼을 한후 아이를 1,2명 낳아 기르고 집장만을 하는등 가장왕성한 생활력을 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역시 생활에 깊이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층이 세태에도 민감하고 살림살이에도 열심이라 할말이 많은 때문인듯하다고 작가 윤남경씨는 말한다.

<반직업적인 투고삼가야>
손거울의 지난1년 결산에서 지적하고 넘어가야할것이 순수한 주부의 투고가 아닌 반 직업적인 투고꾼들의 투고가 최근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2,3년사이에 각 신문이나 잡지등에 실렸던것을 몇 개의 단어만 바꾸고는 그대로 베껴내는 경우도 있었다.
『1원짜리 동전』 또는 그 비슷한 제목의글은 최근1,2년간 몇차례인가 신문에 교사 김×× 또는 주부 김××의 이름으로 투고되어 게재되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반직업적인 투고꾼들의 글은 비록 문장은 매끄러워도 가식된내용으로 감동을 줄수없음은 물론이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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