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실현은 50년 후에나"|일 군사전문가 「모모이」교수 특별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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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지상군의 철수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동북아 균형유지의 중추가 되어 온 미군이 철수할 경우 극동의 군사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일본의 군사전문가 「모모이·마꼬또」교수는 『미국의 대응태세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한반도 통일은 약50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경철 동경특파원과의 회견내용. <편집자주>
77∼78년은 주한 미 지상군 철수 문제 등으로 다난한 해라 할 수 있다. 77년 말 현재 한국과 북괴의 군사력 균형을 어떻게 보는가?
-공군의 경우는 북이 우세하다고 본다. 전투기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한국은 수동적 방어 입장이기 때문에 숫적인 우열은 불리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측이 먼저 손을 안 쓴다고 보면 북은 전투기 보유수량의 3분의1은 공격에 참가시키고, 3분의1은 공중대기, 나머지는 예비기로 활용할 수 있다.
해·육군은 실전 경험 등으로 한국 측이 우세한 것은 틀림없으나 주한 미군은 서울과 비무장지대 사이에 주둔하는 억지력이기 때문에 「철수」에는 한국군의 공·해군의 증강이 전제돼야 된다.
주한 미 지상군 철수 후 한반도의 긴장·군사적 균형이 어떻게 변화되리라고 보는가?
-결국 철군 후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문제라 하겠다. 철군이 완료되면 북은 「찬스」라 볼 수 있으나 그 같은 「찬스」는 미국·소련 등이 주도하는 국제정세에 좌우될 것이다. 소련이나 중공은 북을 충동질하지는 않을 것이나 소련이나 중공이 자기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북이 판단하는 경우가 위험하지만 결국은 미국이 그때 정세에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중공과 소련은 주한 미 지상군 철수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외부 관측이었다. 그렇게 보는가?
-중공은 「철수」를 걱정하고 있다. 그것은 소련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중공은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만큼 북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련은 원칙적으로 「철군」에 찬성하고 있다.
주한 미군의 철수를 한반도의 안정이나 일본의 방위문제에만 직결시켜보는 견해는 잘못이라는 주장을 한일이 있는데….
-「철군」은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75년 「슐레진저」 미 국무장관이 밝혔듯이 미군이 어느 지역에 주둔하는 것은 미국 세계전략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도 세계전략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
즉 미국이 극동에서 「소련을 다소 안심했는가」라는 관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전략이란 두 개의 큰 덩어리, 즉 「유럽」과 극동에 관한 것이다.
『일본의 가상적은 소련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잠재위협」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일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석유수입 「루트」의 차단, 국내 내분의 야기, 경제파괴 등이다. 군사적으로도 소련이 잠재위협이 되고 있으나 「적」이라고 말할 필요까지는 없다.
일본의 재무장은 언제쯤, 어떤 계기에 있을 것으로 보는가? 한반도에서 어떤 사태가 돌발하는 경우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일본의 재무장은 없을 것이다. 재무장은 일본 전체 국민의지지, 외부의 도발가능성 등이 전제요건이 된다. 일본은 현재 재무장을 안 하는 것이 국가이익상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위협이 될 만큼 큰 전쟁이 일어난다면 재무장 문제가 검토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극동지역에 핵우산만 남기고 병력은 전부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여기에는 유사시 미국이 대량 보복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도 생각해 볼만한데….
-미국에 대한 위협은 역시 소련이다. 미국이 「유럽」을 주요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은 극동의 지상전투에는 개입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무기공급과 해·공군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그밖의 전략에 관해서는 점치기 어렵다.
한반도 문제해결, 즉 통일을 위한 진정한 발전이 없고 일·중공, 미·중공 등 주변정세 변화의 징조만 보인다. 한반도 통일문제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한 세대에 해결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적어도 2세대 50년은 걸려야 세대가 바뀌고 지도자도 교체되기 때문에 어떤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학자들 가운데는 독일 방식을 논하는 사람도 있다.
역시 다른 체제간의 경쟁은 사회 「시스팀」의 경쟁이 되기 때문에 문제의 발단부터 50여년 지나는 동안 북의 정치·사회 「시스팀」이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변화가 오면 「하나의 국가가 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둘로 쪼개는 것이 좋겠느냐」하는 선택의 고비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디까지나 이 같은 의견은 그때까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해서이다. 따라서 그때까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절실한 외교문제라 할 수 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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