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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은폐 파문 … 1함대 초계함서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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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3월 말 해군 1함대 초계함에서 여군 소위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당초 해군은 가해자로 대위 1명만 지목해 구속한 뒤 마무리했으나 가해자가 여러 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지난 2월 성(性) 군기 위반 사건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한 달 만에 해군 초계함에서 여러 명의 군 간부가 연루된 성 군기 사고가 터져 나온 것이다. 군이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지난 8일 해군은 A 대위가 여군 B 소위의 어깨를 만졌다며 성추행 혐의로 보직 해임한 뒤 구속했다고 밝혔다. B소위가 타 부대로 전출된 뒤 고충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됐다. 당시 해군 측은 언론에 “함정 내 여군들의 숙소는 사무실과 같이 쓰는 곳인데 A 대위가 이곳을 드나들다 가볍게 몸을 접촉한 일이 있었다. 이것이 성추행으로 간주됐다”며 경미한 사안인 것처럼 알렸다.

 그러나 군 조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가해자는 A 대위뿐 아니라 C 소령 등 2명이 추가로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수시로 B 소위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거나 세면장 등에서 성적 폭언을 했다. 그러나 해군은 가해자 중 상대적으로 계급이 낮은 A 대위만 구속 처리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A 대위 외에 B 대위를 성추행한 C 소령은 조사 후 다른 함정으로 전출됐고, 또 다른 영관급 장교는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해군 관계자는 “함정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다 보니 피해자가 억울하게 당해도 신속하게 호소하거나 대처하기 어렵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체적으로 유야무야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군 당국도 소극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겪어온 여군들은 성 군기 사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그냥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군에서 3097건의 성 군기 위반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군내 비리를 감찰하는 기무사령부 영관급 간부들이 성 군기를 위반한 사례도 4건이 적발됐다.

  국회 국방위 김재윤(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군 수뇌부가 하달하는 각종 지시가 현장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며 “성 군기 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해도 성추행이 벌어지는 것은 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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