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꽃, 세계 사람 … 도자기 위에 다 모였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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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람박물관’ 특별전에 선보인 조선시대 꽃단지.

그냥 박물관이 아니라 ‘사람박물관’이다. 사람을 주제 삼았다는 뜻이다. 사람박물관 이름이 또 ‘얼굴’이다. 사람의 얼굴을 파고들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사람박물관 얼굴’이 10주년을 맞았다. 2004년 연극연출가 김정옥(82) 관장이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길에 터를 잡아 50여 년 모은 세계 각국의 얼굴 관련 유물 수만 점을 갈무리한 뒤 갈고 닦아왔다. 돌조각과 목각인형, 초상화와 도자기, 유리 인형과 사람 얼굴 와당 등 옛사람과 오늘사람이 모여 ‘사람의 공간’을 이뤘다.

 김정옥 관장은 1960년대부터 극단 자유를 이끌며 전위적이면서도 전통을 잇는 무대를 연출해 광대 속에 깃든 인간 내면의 초상을 그려왔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무엇이 될꼬하니’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등 그의 대표작은 모두 한국인의 삶 속에 서린 우리 얼굴을 찾는 연작이었다.

 10주년 기념 특별전 ‘꽃 단지와 꽃병’은 세계 각국 꽃문양 단지와 사람 모습이 새겨진 도자기 5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따로 장식용 꽃병을 빚지 않고 일상생활 용기에 꽃을 그려넣은 조선 도공의 수더분한 맛이 눈길을 끈다. 뒤주 위에 올려져 있던 소금 항아리나 술병에 소담하게 꽃을 그려넣은 그 마음이 사람박물관 얼굴이 받들어온 인간의 향기와 닮았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매주 월·화요일은 쉰다. 031-765-3522.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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