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뺀 모든 분야가 사업 재편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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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가볍고 강한 포스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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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64·사진) 포스코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투자자 포럼을 열고 “철강 본업에 집중하되 소재·에너지 분야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사업구조 재조정, 재무구조 건전화를 통해 내실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4일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경영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전임 정준양 회장 시절 지나치게 몸집 불리기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수용해 수익성 개선에 무게중심을 두되, 동시에 중장기 성장엔진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권 회장은 2016년까지 지난해 말 5조7000억원인 현금창출능력(EBITDA)을 8조5000억원으로, 무디스 기준 ‘Baa2’인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회복하겠다고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Baa1이던 신용등급을 Baa2로 하향 조정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최근 7년 새 영업이익률이 3분의 1 이하로, 주가가 절반 가까이로 곤두박질한 결과물이다. 권 회장은 “지금까지 포스코만이 갖고 있던 경쟁우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수진을 치는 결연한 심정으로 체질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47개에 이르는 계열사 구조조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권 회장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포스코를 제외한 어떤 분야도 사업 재편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경쟁력 국내 2위권 이하 계열사 ▶그룹의 비핵심 분야에서 철수하고 ▶우량 계열사라도 경영권 유지에 불필요한 계열사 지분은 매각·상장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엠텍 지분 매각설에 대해 권 회장은 “현재로선 확정된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다만 그는 “미얀마 가스전 개발로 (대우인터내셔널은) 내년 3000억원 흑자가 예상된다”며 조건이 맞으면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철강 사업에서는 투자 확대보다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포스코는 올해 투자 규모를 당초 3조7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 안팎으로 축소한 바 있다. 대신 세계 최초·최고·고수익 제품인 ‘월드프리미엄’ 라인을 2016년까지 41%(현재 31%)로 늘려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권 회장은 “고객사와 연계한 공동 개발과 협업이 내실을 추구하는 열쇠”라며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파트너와 윈윈하는 영업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4개 해외 법인 중 8곳이 적자인데 수익성 확보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체격을 줄이는 대신 그는 양손에 원천소재와 청정에너지라는 ‘신무기’를 들었다. 원천소재는 리튬과 니켈, 청정에너지로는 연료전지와 청정석탄(Clean Coal) 등이 사업 아이템으로 꼽힌다. 아직 매출은 미미하지만 포스코가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거나(뉴칼레도니아 페로니켈 광산 등) ▶진입장벽이 높아(청정석탄) 경쟁사 진출이 제한적인 분야다. 포스코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전무)은 “이에 따라 그룹의 사업구조는 기존 철강·소재·에너지 등 3대 분야에서 철강을 핵심으로 소재·청정에너지 등 메가 성장엔진을 육성하는 전략으로 수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포스코의 체력을 높이면서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신경영 전략이 계획대로 실행되면 포스코는 2016년 매출 32조원(단독 기준), 영업이익 3조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 78조원, 영업이익 5조원이 목표다. 차입금은 26조2000억원에서 23조5000억원으로 줄어든다.

 한편 권 회장은 현재 인수 실사를 진행 중인 동부스틸인천·동부발전당진에 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원론 수준의 대답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철강 산업이 건전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인수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딜로이트컨설팅 김경준 대표는 “단순 제조업 개념에서 솔루션 마케팅 기업으로의 전환이 기술 전문가인 권오준식 경영의 핵심”이라며 “이른 시일 내 가시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는 것은 숙제”라고 진단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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