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망 검거로 서독정계 발칵|"「나토」기밀이 9년 동안 새 나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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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서독의 『루체(LUTZE)』 간첩사건은 74년 「빌리·브란트」 수상을 실각시킨 「귄터·기욤」사건보다도 더 큰, 전후 가장 큰 간첩사건이라는 점에서 서독과 「나토」(NATO)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사건은 국방성의 비밀취급담당자들이 몰래 기밀을 무려 9년간이나 동독에 제보, 서독과 「나토」방위체제를 무력케 했다는 「쇼킹」한 내용이다.
특히 이 간첩단은 지난해 6월에 일망타진, 현재 군수사기관에 계류중임에도 그 동안 쉬쉬했다는 사실이 문제된 데다가 더구나 사건일부가 「슈미트」 수상의 국방상 재임 중에 일어났음은 물론 「루체」를 고용한 「헤르베르트·랍스」 국방성 사회국장이 「슈미트」 수상으로부터 발탁되었다는 점 때문에 벌써부터 「슈미트·스캔들」로 불린다.
사건의 주역은 국방성 사회국장 여비서인 「배나데·루체」(39)를 중심으로 그의 남편이자 국방성의 군비문제담당인 「로타·어뷘·루체」와 해군작전참모 문서취급소의 「위르겐·비겔」등.
59년 동독으로부터 이주, 사회과장 등 국방성 요직자들의 여비서로 활약하면서 서독과「나토」의 기밀을 빼냈다는 두목 「루체」 부인의 혐의는 지난해 체포 때 「랍스」 국장실에 있는 철제금고의 모형 「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부인될 수 없다.
더구나 여간첩 「루체」는 그 동안에 사귄 국방성의 많은 저명인사를 구워삶아 73년에 결혼한 남편 「루체」와 남편의 친구인 「비겔」을 국방성에 취직시킴으로써 동조자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특히 남편 「루체」는 국방비 문제를 담당함에 따라 국방성이 각 기업에 위촉한 「탱크」나 전자기구 등 서독의 방위산업 연구계획 뿐만 아니라 「나토」의 연구분야까지 속속들이 알아낼 수가 있었고 「비겔」은 해군 작전참모 문서취급소에 근무, 해군기밀이 모두 이미 동독으로 넘어갔다고 보여진다.
아직도 사건의 전말은 비공개이나 정치적·군사적 파문은 엄청나다.
이미 「브뤼셀」의 「나토」본부는 재배치론까지 내세우며 서독 정계는 그 책임론으로 「레버」 국방상의 사임을 야당에서 주장하는가 하면 「랍스」 국장은 13일 사임했다.
72년에 「슈미트」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게오르크·레버」 국방상은 14일 문책 받을 근거가 전혀 없다고 공언했지만 「빌리·브란트」 전 수상이 74년에 「귄터·기욤」 사건으로, 그리고 「트라우곳·벤더」 전 법무상이 지난 10월 「테러리스트」의 자살 소동으로 인책, 사임할 정도로 책임지는 서독의 정계이므로 문제는 더욱 고위층의 사퇴사태 등으로 학대될 것으로 보인다.
【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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