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화된 권력투쟁 암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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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괴 지도층의 내부에 큰 동요가 일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는 가운데 15일부터 열린 제6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제1일 회의에서 북괴는 정무원 총리 박성철을 해임, 국가 부주석으로 선반 위에 올려놓고 후임에는 금년 72세의 공업전문가 이종옥을 선출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의 박성철이 제1선에서 물러난 것은 국가부주석으로서 외교문제에 관여해왔던 김동규의 실각과 함께 북괴의 외교노선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 같다.
요즈음 주목되는 북괴의 성급한 대일·대미 접근과 이에 맞서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대한접근의 상반된 움직임 속에서 외교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을 낳을 수 있을 것 같다.
78년부터 착수되는 「신 7개년 계획」과 관련하여 경제담당 간부들의 이동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70년대 초반에 잠적했던 부총리 이종옥을 총리로 선출한 반면, 경제담당비서 연형묵, 중공업담당 부총리 이근모 등이 중앙인민위원회 위원직을 박탈당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6개년 계획」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취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중앙인민위원회 위원 선거를 보면 김영주, 양형섭 등의 실각과 구간부인 김만금 등의 재기용이 눈에 띈다.
김영주와 양형섭은 반 김정일 세력으로 알려진지 오래고 이번에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군 총 정치국장 이용무의 실각설까지 함께 고려하면 이들이 모두 김일성의 족벌에 속하는 점에서 권력투쟁이 골육상쟁으로 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산주의의 창시자 「마르크스」가 무덤 속에서 들어도 돌아누울 그 봉건적 세습체제에는 족벌 뿐 아니라 하급 간부간에도 광범한 반발을 유발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특히 김영주 이근모 양형섭 연형묵 등 50대의 간부들을 후퇴시키고 이종옥 김만금 등 초대의 노년층 구 간부를 재기용한 것은 노년층이 후퇴한 뒤 김정일 등 새 세대에 권력을 인계하는데 방해가 될 중간세대룰 권력의 핵심에서 일소하는 저의가 포함된 것 같다.
강재륜(본사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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