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1만대 증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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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대도시 교통난 해결을 위해서는 대다수 일반시민의 의존도가 높은 대중교통수단의 용량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 안 될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자가용 승용차가 대중화되지 못한 우리 실정에서는 대중교통 「서비스」가 수요에 맞도록 공급되지 못할 때 일상생활의 불편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로 인한 경제활동의 저해까지 받게될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소통의 신속성, 시설의 현대화 등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 문제를 논하기 건에 먼저 충분한 수급관계가 이루어지도록 배치하지 않으면 안될 필요성이 있다.
이런 뜻에서 당국이 14일 서울시내 교통난의 완화책으로 내년에 「택시」 1만대와 시내「버스」 5백대 등 대중 교통수단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일단 바람직한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증차방안은 같은 대중교통수단 가운데서도 수송기능과 저렴성이 월등한 「버스」에 중점을 두지 않고 「택시」쪽에 우선 순위를 둠으로써 선후를 당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 서울 시민의 통행특성이나 교통수단 이용현황을 보더라도 「버스」통행이 하루 교통량의 85.57%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이에 비해 「택시」통행은 10%에 불과하다.
소통 면에서도 수송수요의 85%이상을 맡고있는 「버스」는 도로점유율이 5.2%밖에 되지않은 데 비해 수송능력이 10%에 불과한 「택시」는 도로면적의 1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렇게 볼 때 증차의 우선 순위는 무엇보다도 「버스」에 주어져야 함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올들어 전국적으로 「택시」등 소형 승용차는 1만 5천 5백 64대나 늘리면서 대량 교통수단인 「버스」는 고작 8백 90대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이는 한마디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버스」 승차인구의 편의와 교통대책의 절박성을 너무도 경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물론 「택시」를 비롯한 소형승용차들이 가장 매력적인 교통수단이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터다.
또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소형승용차의 이용빈도가 증가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러나 소형승용차의 편중된 이용은 그에 수반되는 도로·주차시설의 부족·소음·공해·유류소비의 격증 등 도시교통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 소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동시에 인식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택시」와 소형승용차에 몰리는 교통수요를 되도록 「버스」와 같은 대량 대중교통수단으로 흡수시키기 위한 조치가 먼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러고 「택시」 운행체제에는 증차에 의한 용역공급의 확대와 아울러 승차거부·부당요금 징수·불친절 동승차를 둘러싼 부조리가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당 도급제로 돼있는 현재의 운전사 임금 및 입금제도부터 개선해야할 것으로 본다.
현재의 제도는 「택시」 운전사가 하루 1만 5천 5백원에서 1만 7천원을 차주나 회사에 입금하도록 강요하고있다.
여기다 운전사 일당 4천원과 세차비·휘발유 값 등을 추가하면 「택시」 한 대가 하루에 벌어야할 금액은 최소한 3만 7천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만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하루에 총 4백 80km를 뛰어야한다. 그런데도 서울시내의 도로조건은 시속 25km로 하루평균 3백 75km밖에 달릴 수 없게 돼있으니 딱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 운전사가 정상운행을 하자면 하루 1만원 이상의 결손을 면치 못하게 돼있다. 이 같은 여건을 그대로 두고서 운전사들의 승차거부·합승강요 등 횡포나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도로율의 제고와 지하철의 건설 등 근본적인 교통용량의 확장에 많은 경비와 시간이 필요하다면 「택시」의 증차 이전에 대형 대중교통용량의 확보와 운수기업 경영개선책 만이라도 먼저 제시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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