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의 물씬한 인간미 TBC『그건 그려』|아픔·상처의 정감 어린 묘사KBS『망각의 강』|테마가 보다 뚜렷해져야 MBC『당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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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TBC-TV의 주말연속극 서호 극본 하강일 연출의『그건 그려』(토요일 밤8시10분·일요일 밤7시45분)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휴먼·드라마」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이「드라마」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까닭은 호화주택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상류층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고, 매일 매일을 전력투구로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층의 인간군상을 애정이 깃든「터치」로 그리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의욕에 불타는 젊은 세대, 인생의 진미를 아는 중년기의 정열, 외로운 황혼 녘의 인생 등이 연기파 배역진에 의해 생동감 있게 펼쳐지고 있어 더욱 큰 호소력과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이낙훈은 지금까지의「이미지」를 완전히 깨뜨린「찰리 백」의 역할을 훌륭히 해냄으로써 연기파로서의 관록을 과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틀에 박힌 역할만을 되풀이하는 타성을 과감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실증해 주고 있다.
KBS-TV가 지난주 방영한 5부 작 김강연 극본 최상현 연출의『망각의 강』(월∼금 밤8시20분) 은 진지한「테마」를 차분하고 정감 어리게 그린「드라마」로 주목을 끌었다.「댐」이 건설됨으로써 물 속에 잠겨 버리게 된 어떤 마을의 이야기였는데 근대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망각의 세계」로 잠적해 버릴 그들의「아픔과 상처」를 애정 어린 눈으로 묘사했었다.
조상 대대로 뼈가 묻힌 땅, 피와 땀으로 일구어 놓은 농토, 정든 집,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던 따스한 인정 등 이러한 소중한 것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떠나야 하는「아픔」을 비장한 마지막장면에서 강렬하게「어필」시켰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등장인물(시골 사람들) 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세련된 대사들이어서 이것이 옥의 티였다고 나 할까?
MBC-TV의 매일연속극 김수현 극본 이효영 연출의『당신』(밤9시35분) 은 주로 여성층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면서 회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프로」가 과연「볼만한 내용」을 담은「드라마」로 장기간 끌고 나갈 만한「가치」가 있는 것일 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매일연속극이란 다만「심심풀이」로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그런대로 볼만할지도 모른다.
생생한 대사의 맛, 밀도 있는 정경묘사, 최불암·정혜선·김혜자 등의 노련한 연기 등은 물론 이「프로」의 매력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아무런 내용도 없는 일상생활의 다반사나 생활풍경을 그리는 것만을 되풀이한다면「볼만한 가치」가 있는「프로」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드라마」란「작가의 눈과 마음」을 거쳐서「재구성된 현실」로서 뚜렷한「테마」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소홀히 되어선 안될 것이다.
정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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