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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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관령 꼭대기에도 눈 한 점 없다 한다. 그런가 하면 서울 근교에선 개나리꽃이 봉오리졌다. 관상대 얘기로는 요즘 기온은 평년보다 적어도 5도는 높다.
이상기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래는 20년에 한번 일어날까말까 하는 기상이변을 두고 이상기상이라고 한다. 요새는 그게 해마다 바뀌어진다.
2년 전 겨울도 따뜻했다. 그러나 지난겨울에는 30년만의 이상 혹한이었다. 삼한사온도 없어진지 오래된다.
이래서 지구는 새로운 빙하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설이 유력해졌다. 작년에는 온 세계가 추위로 떨었던 것이다.
정말로 지구가 냉각돼가고 있다면 올해는 더 추워야한다.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기상이 정상은 아니다.
「신 빙하시대 설」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없지는 않다. 작년 8월에 나온 「과학」지에서 「콜럼비아」대학의 「월리스·브테커」 교수는 21세기초에 이르면 지구는 1천년만에 처음 보는 더운 날씨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에 의하면 사람들이 쓰는 연료에서 나오는 탄산「가스」의 증가가 기온을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온이 마냥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대기오염에 의한 또 다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장·자동차·비행기 등은 연기와 「가스」를 뿜어낸다. 여기에는 「에어로졸」이라는 미립 부유진이 들어있어 그것이 대기권까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게 1cm떨어지는데 1시간 내지 1일이 걸린다. 그러니까 한번 상공에 올라간 「에어로졸」이 지상에 떨어지기까지는 수억년이 걸린다. 따라서 「에어로졸」은 반영구적으로 태양광선을 막는 「커튼」역할을 한다. 날씨가 추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두개의 엇갈리는 현상 때문에 지구는 80년을 주기로 따뜻해졌다 추워졌다 한다. 그리고 추운 주기가 이제 끝나간 것이라고 「브레커」 박사는 보고있다.
그러나 올 겨울이 따뜻했다 하더라도 내년 겨울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올 겨울도 아직은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그러니 추운 날씨보다는 더운 날씨를 더 바라는 서민들은 아직 마음을 놓지는 못한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것은 농사다. 이미 전남지방에서는 이상난동으로 보리가 웃자라고 황화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너무 추운데다 가물어서 보리농사가 결딴이었다. 이번에는 눈이 너무 빨리 녹아 습해를 입고 있다.
고르지 못한 게 날씨다. 언제 또 강추위가 몰아칠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그럴 염려가 없다는 관상대의 예보지만 그것도 믿을 수는 없다. 워낙 날씨는 변덕스러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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