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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법적·정치적 요소 얽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박동선씨가 도미 증언에서 법정에만 서야 할 것인지 의회 증언에까지도 나서야 할 것인지는 양국 법 체제의 차이와 이 사건을 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에 법률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미묘한 문제를 야기할 것 같다.
우선 미 의회는 행정부가 의회의 의사까지도 맡아서 대외협상을 벌이는 것은 삼권분립을 명문화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회는 법에 따라 미국 영토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국적에 상관없이 증언을 요구하는 소환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의회 모독죄로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미 국적이 없는 제3국인, 예컨대 여행자의 경우 이를 어떻게 처벌하느냐 에는 의견이 갈라진다.
일부에서는 여행자라 하더라도 의회 소환장을 받고 출두지정일 전에 출국하면 의회 모독죄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고있다.
또 여행자라도 본인이 미국 영토에 들어오자마자 소환장을 발부 받은 경우 출두 지정일에 내국에 있으면서 증언에 불응하면 의회 모독죄에 저촉한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대체로 미 의회의 관례가 여행자에게는 소환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또 그런 경우 여행자가 미국에 입국하는 예도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씨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면책권과 기소취하 조치를 받고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자격으로 입국한다면 신분상은 「여행자」이지만 의회가 박씨 사건의 한 당사자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도착하자마자 의회가 소환장을 발부하면 증언에 불응하는 것이 미국 국내법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물론 한국 국내법으로 볼 때 박씨는 아무런 출두의무가 없다.
한편 미 형사법상 재판에 계류 중인 피의자인 경우 자신의 사건에 편견을 유발하거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나올 때 법정 이외의 증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있는데 박씨가 면책권을 받았기 때문에 피의자가 아니라 증인의 자격이어서 이 조문이 적용될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이 같은 법률적 문제 이외에, 박씨 도미와 도미조건에 시비가 걸린 것은 박씨 증언에 이해를 가진 미국의 국내 정치적 요소가 작용되어 있으리라는 분석이 있어 더욱 착잡하다.

<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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