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과자 대량 공천 정당, 유권자가 심판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이틀 전 마감된 6·4 지방선거 후보등록 상황을 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로 등록한 8733명 가운데 전과기록을 가진 이가 40.1%(3505명)에 달했다. 후보 10명 중 4명이 전과자다.

 민주화운동이나 시국 사건으로 전과를 기록한 후보는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제외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음주·무면허 운전을 비롯해 폭력·상해·도박·사기·횡령 등의 전과자들이 급증했다. 파렴치범, 잡범 출신들도 많다. 전과 16범이 완도군수 선거에 버젓이 출마했고 마약·윤락이나 분묘 도굴 같은 낯 뜨거운 범죄로 전과자가 된 이들도 후보로 등록했다.

 그뿐 아니다. 병역 미필자도 14%에 달했고 10명 중 한 명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더 우려되는 건 전과자 후보 비율이 2006년(10.8%)과 2010년 지방선거(12%)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후보의 전과 신고 기준을 금고형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강화한 게 한 원인이라 한다. 그렇다 해도 범죄는 범죄, 전과는 전과다. 8년 새 전과자 후보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 가운데 전과자가 넘쳐나는 건 묵과할 수 없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한 후보 중엔 전과 9범과 8범이 각각 포함돼 있다. 말로는 공천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실제론 전과나 비리 전력을 따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그러려고 여야는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뒤집었나. 많게는 연간 400억~500억원씩 국민 세금을 국고보조금으로 받아가는 두 정당의 공천 수준이 겨우 그 정도인가. ‘정당공천이 전과자 공천인가’라는 비아냥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결국 유권자들이 정신을 차리는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간 5차례의 지방선거에 당선된 뒤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로 형사처벌을 받아 물러난 자치단체장은 102명(전체의 8.3%), 지방의원은 1230명(4.7%)에 달한다. 정당들이 함량 미달의 전과자들을 대량 공천해도 유권자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뽑아주니 그런 부끄러운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이들의 낙마로 인한 행정·의정 공백은 물론 재·보궐 선거비용까지 고스란히 유권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재·보선 한 번 치르는 데 평균 7억원이 든다. 2002~2013년 치러진 재·보선 비용만 1900억원이 넘는다. 국민이 무슨 봉인가.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기준으로 투표해 파렴치한 전과자들이 공직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선관위도 개별 후보의 선거 벽보에 전과 경력을 큼지막하게 기록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마치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을 경고하듯 말이다. 그 정도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악화(惡貨)를 걸러낼 수 있다. 유권자가 분노할 줄 모르면, 파렴치한 공천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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