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여성회관 관장 현하규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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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벌써 몇 십 년 동안 나는 매일 1,2시간은 꼭 뜨개질을 해 왔다. 요즘은 집에 들어가 모든 일을 정리하고 밤10시가 넘어서야 시작하지만 그래도 매일밤 12시까지 뜨개질을 하고 있다.
털실과 바늘로 한 올 한 올 어떤 작품을 만든다는 재미와 보람을 맛보는 것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나에게는 이 뜨개질을 하는 순간이 무엇을 생각하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새로운「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귀중한 시간이어서 더욱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뜨개질 할 때면 옆에「노트」와 연필을 갖추고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주저 없이 뜨개질 손을 놓고「메모」를 한다.
그동안 매년「판초」만 5∼6개씩, 그리고「스웨터」와 목도리 등을 친구나 내가 존경하는 분들에게, 그리고 우리 집 식구들에게 따뜻한 선물로 바쳐 왔다. 올해도 가을부터 떠온「판초」2개,「스웨터」2개를 완성해 놓았고「오버·코트」를 뜨고 있는 중이다. 이「코트」는 시집간 딸에게 줄 올「크리스마스」선물이다.
내가 뜨개질을 배운 것은 40여 년 전. 여학교(경기여고) 시절 겨울교복이 그 당시「스웨터」여서 1학년 때 수예시간에 교복을 짜도록 했던 때부터다.
한번 생각하면 끝을 내야 속이 후련한 성미 때문인지 한여름 삼복더위만 빼고 계속 뜨개질 해 왔기 때문에 요즘은「판초」하나를 갖고 하루 1,2시간씩 짜도 5일정도면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실 한 오라 기마다 한 바늘 한 바늘 꿰맬 때 내 마음이 담기는 것 같아 이 뜨개질 선물은 꼭 내 정성이 그대로 전해진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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