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유공자의 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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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독립 유공자 1천3백30명이 정부에 의해 추가로 포상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62, 63, 68년의 세차례 3·1절과 49년 이후 작년까지 수시 포상을 통해 이미 1천8백25명의 독립 유공자룰 포상한 바 있다.
거기에 단번에 1천3백30명을 추가한 이번 포상 규모는 해방 32년 이후 최대의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애국 선열의 뜨거운 조국애가 일일이 확인돼 늦게나마 독립 유공자로서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은 비단 당사자와 가족의 기쁨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경사이기도 하다.
일제가 이 나라를 강점하고 있을 때 독립 운동을 한다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어려운 결단이었다. 생활의 안락·장래·재산뿐 아니라 생명까지 버리는 고난의 길이었다. 그러한 자기 부정은 비단 자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집안 전체와 자손에게까지 미치는 것이었다.
때문에 독립 운동을 한 애국 지사 치고 집안을 제대로 보존하거나 자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던 것은 부득이한 일이었다.
자연히 애국 지사의 집안은 조국을 더 뜨겁게 사랑했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사회적인 경쟁에서 낙후될 취약점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애국 지사들이 어떤 보상을 바라고 독립 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라를 위한 이분들과 그 가족들의 이 같은 특별한 희생만은 보전되지 않으면 안될 성질이다.
이분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행한 자기 부정을 광복된 조국이 새로운 부정을 통해 긍정해 주어야만 된다. 그것이 바로 민족의 정기를 드높이고 정의를 실현하는 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애국 지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제대로 긍정했느냐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가 못했다.
자연히 애국 지사와 그 유족들 가운데는 독립 운동 과정에서 강요됐던 사회·경제적 「갭」을 극복하지 못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독립 유공자에 대해 포상 범위와 원호의 질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경향은 때늦은 감이 있으나 크게 환영할만하다.
나라가 독립을 하고도 독립 운동을 했기 때문에 애국 지사가 남보다 더 노후에 고생을 한다든가, 집안이 몰락했다든가 하는 사례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그것은 정의에 반할뿐더러 애국과 자기 희생이라는 고귀한 덕목을 한낱 웃음거리로 만들 위험이 있다.
그러니 애국 지사와 그 유족들의 경제·사회적 취약점을 충분히 보전해 줌으로써 국가 유공자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지니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데 이 사회가 인색해선 안 될 것이다.
더욱이 항일 독립 운동의 사적과 정신을 기승 한다는 것은 단순히 원호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사의 정통성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경치적 의미가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의 대규모 추가 포상으로도 누락된 독립 유공자들이 아마 적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독립 운동 사료를 발굴하여 새로 공적이 확인되는 애국 지사들의 추가 포상 사업은 계속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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