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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냅킨」의 발암물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검찰은 시중 음식점에서 사용되고 있는 종이「냅킨」과 나무젓가락 포장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국립 보건 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따라 이들 제품의 제조업자에 대한 행정 조치를 관계 당국에 요청했다.
식품공해가 범람하는 가운데서 식생활의 청결을 위해 사용되는 식탁 용구와 그 포장지마저 엉뚱하게 인체에 해롭도록 만들어져 있다니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전에는 각종 금속제 법랑 식기·옹기·도자기 제품·우유병 마개·합성수지 등에서도 형광증백제 등 가공스런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근래 얼마나 유해 물질의 늪에 깊이 빠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다.
형광염료 등 오염 인자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것이 발견되기까지 사이에 오랜 시차가 있는 만큼 당대에서는 그 피해에 대한 심각성이나 절박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암성 물질은 비록 소량이라 하더라도 그 높은 농축 배율의 원리에서 볼 때 마치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 결국에는 집적으로 인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넘겨 버릴 사태가 아니다.
사실 우리는 지금도 우리 몸 속에 얼마만큼의 유독성 물질이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 가고 있는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유약을 바른 옹기그릇에 김장을 담그면 납성분이 우러나와 우리 몸에 스며들고, 농약을 사용해서 길러 낸 콩나물을 먹으면 수은·「카드뮴」 등 중금속이 체내에 쌓여 가게 마련이다.
특히 이런 유독성 제품일수록 사람의 눈을 끄는 색채·감미로운 향기 등으로 겉모습을 그럴싸하게 포장, 대량생산을 통해 광범위한 지역에 공급된다. 이 때문에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무섭다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식품·식기의 포장이나 용기는 농촌 경제의 향상과 교통의 발달로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들게 됨에 따라 이제 도촌의 구별 없이 물밀듯이 확산돼 가고 있는데서 더욱 문제가 크다.
유해 제품의 범람 현상은 무엇보다도 값싼 원료로 돈 적게 들이고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이익을 올리는 업자들의 얄팍한 상혼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종이 「냅킨」과 나무젓가락 포장지 제조업자도 쓰레기장에서 주워 모은 저질 파지와 헝겊 등을 원료로 한데다 깨끗한 것처럼 보이도록 흰색을 내기 위해 인체에 해로운 형광염료 등 발암물질을 첨가했다.
이렇게 볼 때 유해 제품의 대책은 그 제조업자에 대한 행정 조치 등 「대증요법」만으로는 근절하기 힘들다. 식품 위생법 등 관계 법규에 따른 단속·규제도 필요하지만 근원적으로는 「발생원의 억제」라는 원칙에 입각한 대책이 서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 및 식품 용기에 사용되는 유독성 첨가제 및 공업용 물질의 유통을 허가제로 하고 그 물질의 거래 상황·사용처 등까지를 의무적으로 명시하는 기록제의 실시 등 구체적인 법적 규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유해 식품·포장·식기 등이 국민 보건에 미치는 가공스런 폐해를 직시하고 단1회·단1점의 유해 제품을 생산·판매한 경우에도 최고의 중형에 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렇게 하여 유해 제품의 생산과 사용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생산품에 대한 부단한 검사와 분석이 제도적으로 이행될 때 오염 물질로부터의 인명 보호는 비로소 가능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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