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색 물씬한 농요|강릉 「오독 도기」 재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명맥 끊어져 가던 강릉 지방의 고유 민요 「오독 도기」(일명 「오독 떼기」)가 제 모습을 찾아 귀중한 민속놀이로 전승케 됐다.
향토색 짙은 각종 가사와 소리조의 가락에 맞춰 부르는 강릉 「오독 도기」는 예부터 농부들이 각종 영농 때 협동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집단적으로 부르던 노동요.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재래식 영농이 없어지자 이 노래도 자연히 자취를 감췄으나 강릉시가 가사 등 자료를 수집하고 가락을 다듬어 되살려 냈다.
강릉시는 특히 민속놀이 부분의 전승을 위해 김병기씨(62·강릉시 죽헌동 3반) 등 기능 보유자 8명을 선정, 모든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기로 했다. 가사보다 가락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이 민요는 일정한 박자가 없이 단순한 음성 표현이 특색으로 강릉 지방에서도 북촌(경포), 냇골(내곡), 수남(병산), 하평(송정) 등 4개 지역으로 나누어지며 현재까지 채집된 가사는 60가지. 그러나 민속놀이로 연출되는 것은 10개종.
약30분간 계속되는 「오독 도기」놀이는 삼베 적삼 차림의 농부들이 이른 아침 어깨에 농기구를 메고 징과 꽹과리·북 등으로 농악을 울리며 논으로 나가면서 시작된다.
농부들은 농악에 맞춰 도창에 따라 한동안 노래를 부른 뒤 흥겨워지면 악기를 모두 논둑에 놓고 논으로 뛰어든다.
노래의 첫 귀절은 『남문을 열고 파래를 치니 계명 산천이 밝아 온다. 강릉이라 남대천에 빨래방 망치 게둥실 떴다』로 일손을 재촉하는 것.
이어 점심때가 되면 『지어가네 지어가네 점심참이 지어가네. 요질 매고 저질 매고 임의 논길 매어 주세』를 부르고 마지막에는 『해 넘어 간다, 해 넘어 간다. 용주골에 해 넘어 간다』를 합창하며 일손을 멈춘다.
「오독 도기」는 출연자 모두가 거의 「소프라노」와 같은 고음과 가락에다 율동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숙련이 돼야 하는 놀이다.
강릉시는 73년부터 관계 공무원과 학계의 협조로 「오독 도기」의 자료를 수집하고 가락을 정리, 민속놀이로 재현하고 또 일반에게도 보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대표적으로 육성 중인 기능 보유자들이 모두 60세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에 후계자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강릉=권혁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