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딛고 「자립의 꿈」 심는|"수업료 전무"인 공예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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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립의 꿈을 심는다. 가난한 환경에서 외롭게 자란 청소년들이 예술과 기술을 연마하며 내일에 산다.
고등학교 과정의 특수학교로 설립되어 74년 봄 문을 연 부산 공예 학교(교장 김봉진). 올해 첫 졸업한 1백19명의 건아들은 전원 취업돼 산업 전선에서 땀을 흘리고 있으며 3년생 99명도 2학기 들어 이미 취업이 확정되어 모두 실습장에 나가고 있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처럼 대학에는 진학하지 못하지만 세계 수준의 기능인으로 발돋움한다는 자부심은 어느 누구에게 못지 않다.
공예 부문의 특수학교로 전국에서 유일한 이 학교는 학생 전원이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입학금과 수업료가 모두 면제된다.
학생들은 도자반·목칠반·사포반·석공반·염색반·표구반 등 6개반으로 나뉘어 3년간 각종 기술을 익힌다.
오른 가마·단가마·전기로가 설치된 도자반― 구리빛 얼굴의 학생들은 흙을 반죽, 형태를 빚은 후 가마에 넣어 초벌구이(섭씨8백∼9백도)를 하고 다시 꺼내 유약을 발라 1천도 이상으로 구워 완성한다.
직조기 15대, 편물기 10대, 재봉기 10대를 갖춘 사포반은 편물·자수·직조·봉제 등으로 쉴틈이 없고 목칠반의 전기톱·전기대패 등의 소음이 교정에 울려 퍼진다.
대부분 가정이 극빈한 학생들은 일반 고교생들과는 달리 진리 탐구와 기술 습득에 열화 같은 정열을 쏟는다.
하오4시 수업이 끝나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서실·실습장 등에 남아 밤늦도록 예습·복습을 해 교사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는 것.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보통 필수 과정 20%, 전문 필수와 전문 선택 과정을 80%로 배점, 실습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교실은 6개뿐이나 실습실은 25개나 된다.
학생들은 실습 때마다 수점씩의 작품을 만들어 상설 전시실에는 2천 여점의 각종 공예품들이 진열되어 있으며 1년에 한번씩 「예얼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도 제4회 「예얼 전시회」가 20일부터 26일까지 1주일 동안 이 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수는 공예 부문에서 4백17점, 미술 부문에서 1백13점으로 모두 5백30점.
작품 판매로 얻은 수입금은 모두 국고에 환수됐다가 다시 학교 운영비로 되돌려 받는다.
김남수군(17·2년)은 『실습실에 앉아 있으면 해가 지는 줄 모른다』고 말하고 『국내 제일의 도자기 기술자가 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해 정부에서 교사 인건비와 실험 실습비 등 학교 제반 운영비로 5천만원을 지원 받았는데 작품 판매로 1천5백여만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김 교장은 80년대에 가서는 완전히 자활 학교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부산=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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