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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머」같은 「사전오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야! 수환이가 이겼다!』집념의「복서」홍수환이 멀리 「파나마」에서 펼친 역전의 「드라머」는 추위에 움츠리고 있던 장안의 시민들을 열광속으로 몰아넣었다. 2회전에 「카라스키야」의 「펀치」를 맞아 4번이나「다운」된 홍 선수가 3회 들어 맹공을 퍼부어 「카라스키야」를 「캔버스」에 누이고 통쾌한 KO승을 거두자 안방이나 시내 다방 등에서 TBC-TV의 우주중계를 지켜본 시민들은 『와』하는 함성을 울리며 환호했다.
시민들은 4전5기한 홍 선수의 투지가 우리민족의 끈질긴 집념을 세계에 과시한 것이라며 「홍수환 얘기」로 꽃을 피웠다.
특히 시내에 나와 다방 등에서 TV를 지켜본 시민들은 마치 자신들이 「챔피언」이 된 기분으로 안면도 없는 옆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서로 『축하합니다』는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또 휴일을 맞아 등산객들로 붐빈 북한산·도봉산 등 야외도 「라디오」중계를 듣던 등산객들의 『야』하는 함성이 온산에 메아리치기도 했다.
시내 술집에는 일요일인데도 홍 선수의 쾌거를 축하하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붐벼 때아닌 호경기를 맞기도 했다.
친구들을 만나러 광화문에 나와 다방에서 TV를 본 김충근씨(31·회사원·서울 강서구 화곡동)는 『정말「드릴」넘치는 한판이었다. 2회에 4번이나 「다운」당해 지는 줄만 알았는데 3회에 KO로 이기다니 꿈같은 기적』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친구4명과 축하주를 마시기 위해 인근 소주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TV를 본 장충고 2년 박찬익군(18)은 『이제까지 본 경기 중 가장 멋있는 것이었다』며 네 번이나 「다운」당하고도 바로 다음 회에 KO로 이긴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앞 등 속보만을 본 시민들도 모두 『네번이나 「다운」당하고 KO로 이겨?』하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과연 홍 선수가 이겼느냐며 재확인까지 했다.
K대3년 김기덕군(23)은 이번 쾌거는 홍 선수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그가 이번 경기와 그 동안 정상을 향한 노력에서 보여준 끈질긴 집념과 무지는 곧 숱한 역경과 국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온 우리민족성을 세계에 과시한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TBC-TV가 방영되지 않은 부산·대구·광주 등지의 시민들은 장거리 전화를 걸어 홍 선수의 KO승을 전해듣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에는 이 같은 장거리 전화가 2백여통이나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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