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탄의 기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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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석탄 산업에 있어서 기계화율을 높이는 문제는 석탄 원가의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 재해 예방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요청이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석탄은 서민 생활을 지탱하는 기초 연료로서, 그리고 「에너지」수입을 대신할 대체 연료로서 그 중요성은 높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탄광의 운영 실태는 기계화율이 불과 5% 수준으로 서구의95%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원시적인 낙후 상태를 면치 못했다. 대부분의 탄광이 아직도 막장에서 곡괭이로 채탄 작업을 하고, 각목 등 자재도 광부들이 등에 지고 운반하는 원시적 육체 노동 방법을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열악한 작업환경과 저수준의 기술로는 우선 기업으로서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
실제 우리나라 탄광의 생산능률은 광부 1인이 8시간에 1.14t을 채탄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만 해도 13t을 캐고 있는 것을 볼 때 재래식 시설과 기술로는 석탄 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특히 채탄층이 갈수록 심부로 들어감에 따라 광부들의 작업능율은 더욱 저하되고 인간 능력의 한계 때문에 작업이 불가능한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 보다도 어떤 심도에 도달하면 지압에 의한 파괴·붕락 위험 때문에 안전 작업을 할 수가 없는 것인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탄광은 이미 이 같은 한계 심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근자 두드러지고 있는 광산 재해의 빈발 현장은 현재와 같은 낡은 시설과 원시적인 채탄 방법이 더 이상 강행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적신호나 다름없다.
석탄 1백만t을 캐는데 사망자가 영국 0.4명, 일본 l.4명, 서독 0.6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2.2명이나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탄광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이렇게 볼 때 채탄 장비의 기계화와 새기술 공법의 도입 개발이 얼마나 시급한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의 탄광은 탄층 구조의 특이성과 45도가 넘는 가파른 경사도동 때문에 기계화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탄층 구조가 우리와 비슷하고 경사도는 78∼85도로 우리보다 더 불리한 「스페인」같은 나라에서도 부존 여건에 알맞는 그들 나름의 기계를 발명하고 기술을 개발하여 인원 투입을 줄여 나가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스페인」처럼 경사에 의한 운탄을 「벨트·컨베이어」로 대체하고 갱구 천장에 소형「모노레일」을 달아 자재를 투입하는 방법 등은 그리 힘들이지 않고 도입할 수 있는 문제다. 물론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광업의 영세성이 가장 큰 저해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탄전 단위로 일정한 심도 이하의 탄좌를 공동 설정, 군소 광업권자가 함께 참여하는 주식회사로 운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채탄 장비 및 기술의 연구 개발을 위해 특별한 전문 기관을 두어 시험 광구를 설치 운영하는 등 정부의 지원책도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광산 기술 개발청을 설치, 매년 9억원 이상의 예산으로 시설 투자와 연구원을 양성해 내고 있다.
우리도 채탄 시설 현대화와 탄광의 기계화를 위한 보조금의 증액, 세금의 감면, 융자 등을 통해 탄광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이는 바로 생산 원가의 절감으로 국민의 부담을 덜어 주고 광산 재해로부터 귀중한 인명을 보호하는 길로도 통한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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