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광부 5명 모두 사망-장성탄광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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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성=탁경명 기자】강원도 삼척군 장성읍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수직갱 변압기폭발로인한 화재사고로 지하3백m 갱속에 갇혔던 광부5명 중 김정수씨(35·장성읍 하문곡리6가5동1호)가 실종5일(1백19시간)만인 22일 하오3시5분쯤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19시간25분만인 23일 상오10시30분 치료의 보람없이 끝내 숨지고 말았다. <관계기사 8면>
김씨와 함께 구조작업 중 실종됐던 신영천씨(37·채탄부)와 1차 사고 실종자 손식우(37· 채탄부) 금종호(32·굴진부) 김재호(24·채탄부)씨 등 4명은 하오4시부터 7시10분까지 숨진 시체로 차례로 발견됐다.
구조대책본부는 불길이 잡혀가자 22일 하오2시15분쯤 구조반을 갱내에 투입, 실종자 수색작업을 펴 검천갱구로부터 3천4백m(지하3백m)지점에서 김씨를 발견한 것.
사망자들은 막장에서 빠져 나와 결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갱도에서 「가스」에 질식, 탈출에 실패한 흔적이 뚜렷했다.
김씨는 구조된 후 복지공사장성병원에 입원 중 산소공급을 계속 받았으나 심한 호흡장애를 일으켜 숨진 것.
이로써 장성갱 화재사고는 사망12명·부상 1백12명 등 우리나라 탄광사고사상 최대의 인명피해를 낸 채 일단락 되었다. 한편 연6일째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갱 속으로 타 들어가던 화재도 22일 하오7시쯤 완전히 진화되었다. 장성광업소 소속5천5백여명의 광부들은 23일 상오8시 악몽과 같은 끔찍한 참사도 잊은 듯 다시 갱속으로 들어가 재기를 위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업소 측은 3∼4일 안으로 갱내를 완전히 복구, 채탄작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씨 구조>
검천갱 구조반(반장 민석기·43) 12명은 22일 하오2시15분「가스」측정을 실시하며 17일 2차 조난 때 김씨 등 2명이 질식, 실종한 지점으로 여겨지는 검천 2사갱의 수색작업을 벌였다.
1시간쯤 지난 하오3시5분 2사갱을 20m 들어간 구조반 중 앞서가던 반장 민씨와 이용련씨(45·전차 운전공)가 갱목장 옆에 엎드려있는 사람 비슷한 물체를 발견했다.
처음엔 갱목인줄 알았으나 행여나 하고 이씨가 발로 건드려 보았다가 감촉이 달라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김씨였다는 것. 김씨는 고개를 땅에 대고 엎드린 자세였다. 민씨가 반듯이 뉜 다음 가슴과 코에 귀를 대자 가는 호흡이 느껴졌다. 김씨가 혼수상태에서 숨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 『정수가 살았다』고 소리치자 죽음의 갱속은 2. 3차 조난 때의 아비규환과는 달리 한때 환호성이 터졌다.
김씨가 발견된 곳은 조난지점에서 갱 입구쪽 2백40m, 검천갱 입구에서 3·4㎞떨어져 있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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