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300일-턱걸이 「스타일」에 업적은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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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궁전같은 대통령비행기에 처음 오른 「카터」는 터질듯 뿌듯한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여 『이것이 바로 내가 기대했던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당선직 후 휴가여행을 떠날 때의 일. 그 한마디에 대한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서민주의 정치가의 영상을 간판으로 백악관을 차지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대통령들이 누리는 특전하나에 그렇게 간단히 매혹되는 사람이면 그 사람의 통치방식은 「닉슨」의 소위『제왕적 대통령』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 가고 여론이 비등했다.
그대 받은 충격으로 「카터」는 취임식 「퍼레이드」도중에 무개차에서 내려 「팬실베이니아」대로를 걸었고, 주말에 고향에 가면 청바지차림으로 땅콩 밭을 산책하고, 「스웨터」하나만 입고 두 시간 동안 국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지방여행 중에는 대통령이 민박하는 전통하나를 세우기도 했다.
취임 후 첫 6개월 동안 「카터」는 서민들의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심는데 일단 성공했다.
취임 열달(11월20일)을 맞은 지금 「카터」는 「스타일」에서는 간신히 턱걸이로 낙제점을 면했지만 구체적인 업적에 가서는 인기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열달 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4년짜리(한 임기)대통령이라고 벌써 낙인을 찍고있다. 「칼럼니스트」「칼·로원」은 「카터」를 「소도시의 사업가」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혹평한다.
흑인들의 압도적인 지지, 노조의 상당한 지원, 진보파들의 미지근한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카터」가 실제로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본래의 중도노선으로 복귀했을 뿐 아니라 보수적인 사람들의 이익과 기꺼이 타협하고 있다는데서 「로원」을 비롯한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는 비롯된다.
최저임금의 인상에서도 노조가 바라는 액수보다 훨씬 낮은수준을 택했다. 소비자들을 위한 세법안도 대기업의 반대를 보고 철회했다.
그러나 국내문제만을 놓고 볼때 지난 10개월 동안의 「카터」의 점수는 반드시 낙제점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닉슨」과 「포드」행정부는 소비자권익옹호단체를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적대시했다. 그러나 「카터」는 정부에 소비자보호기구를 신설하겠다고 제의하여 의회의 반발까지 사고있다.
농민들은 「카터」행정부의 농산물가격정책에 불만이지만 정부경비절감에 호감을 보인다.
여성단체에서는 「카터」행정부 요직 중 13% 밖에 여성에게 돌아가지 않았다고 토라져있지만 그것은 「닉슨」「포드」행정부 때보다는 많은 기록이다. 「카터」당선후의 「카터」의 우선회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그 정도의 성적이면 내년도 교서를 통해서 새로운 정책 발표할 때까지 현상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문제는 외교정책 쪽이다. 「카터」대통령은 너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일을 벌여 놓았다. 「샤」「이란」왕이 백악관을 방문했을때 반「샤」「데모」대들이 백악관 밖에서 「샤」왕 타도를 외치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터뜨린 최루탄에 눈물을 닦으면서 「카터」대통령은 「샤」왕을 계몽군주라고 극찬했다.
「카터」대통령의 도덕외교는 「샤」왕을 앞세워 석유가 인상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 때문에 파산하는 듯한 장면이다.
주한 미군철수 안은 국내의 반대를 어지간히 극복했다 싶을 때 박동선 사건으로 발목을 잡혔다.
미소관계와 미 중공관계는 제자리걸음 아니면 후퇴를 하는 형편이다.
「제네바」평화회담만을 추진하던 「카터」의 중동외교도 「사다트」의 「이스라엘」방문으로 모양을 구겼다. 【워싱턴= 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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