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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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봉급자의 세금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부측의 소득세법개정안이 밝혀졌다.
정부안의 주요 골자는 세율구조의 세분화 및 세율인하·교육·의료공제의 신설·퇴직소득공제의 누진제 등이라 볼 수 있다. 소득세개정안에 따른 세금경감율은 소득계층별로 다르나 월30∼70만원 사이가 가장 혜택이 커 200% 정도고 나머지 계층은 대개 10% 미만이다.
소득세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하기에 앞서 전체 경감액의 미흡함을 먼저 지적치 않을 수 없다.
개정안에 의한 내년의 소득세경감액은 2백73억원인데 이는 야당이 당초 내놓은 경감요구액 1천8백57억원의 7분의1에 불과하다.
정부당국과 야당간의 경감차액이 이렇게 벌어지고서는 국회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물론 정부의 입장으로선 소득세를 크게 경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2백73억원의 경감이 근로소득 자들의 기대에 과연 부응할 수 있을만한 것인지에 대해선 한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초 소득세개정안의 발상은 물가고등에 시달리는 가계부담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는데서 나왔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의 실질적인 가계비지출의 증가와 정액소득 사이에서 근로자들이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으며, 또 그 고통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크게 기대했던 소득세개정안이 명목만의 생색에 그쳤다는데서 그 실망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당국이 내놓은 소득세법 경감액 2백73억원은 내년도 소득세 총액5천5백15억원의 5%에 불과하다. 또 내년의 총조세부담액이 3조6천8백4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의 0·7%정도의 소득세경감이 가계부담을 경감시키는데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가질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소득세개정안이 실질적인 세금부담의 경감율 위해서가 아니라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정부당국은 소득세를 크게 경감치 못하는 이유로 세수결함을 늘 내세운다.
그러나 해마다 세수는 목표액을 초과했으며 특히 근로소득세 같은 것은 목표의 2∼3배씩 초과 징수된 적이 많았다.
해마다 급속히 늘어나는 취업인구와 임금수준의 인상추세 등을 감안할때 근로자의 소득세를 대담하게 경감해도 세수의 결함을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고도성장을 추구하는 정책기조 아래선 세금은 항상 목표보다 더 들어오기 마련이다. 세금을 물어야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역진성의 문제점 확충으로 인한 무차별적 세부담의 가중을 다소라도 완화하려면 응능부담의 원칙이 적용되는 소득세의 경감이 가장 소망스럽다.
소득세법 개정은 조세기술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국민간의 기본관계의 문제인데도 이를 항상 행정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는데서 국민의 기대감과 정부시책간의 거리가 심하게 생기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에 좀 더 유연할 수 있다면 소득세법 개정안의 실마리는 저절로 풀릴 것이다.
소득세경감 폭의 확대가 먼저 양해된 다음엔 세율구조의 세분화, 「보너스」공제의 확대, 분리과세 소득기준의 인상, 교육비공제의 일반화 등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심의과정에서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아뭏든 정부당국이 내놓은 소득세법개정안이 국민의 기대와는 너무 거리감이 있음을 잘 알아 국회에서 이에 대한 보완을 기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국회는 행정부와는 다른 차원에서 세금 문제를 인식하고 다뤄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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